의협 휴진 투표율 55% 역대 최고치…9일 투쟁

7만여명 투표에 의협 "역대 최다 인원 참여"
내일 '최대규모 행동' 선포식

이달 집단 휴진 참여 여부를 묻는 대한의사협회(의협) 투표가 역대 최고 참여율을 보였다. 개원의 중심의 의협은 회원 투표 여세를 몰아 범의료계 투쟁을 선포할 예정이다. 의대 교수 단체도 의협과 뜻을 함께하기로 하면서 대규모 휴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다만 개원의들은 2020년 집단행동 당시 휴진 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그쳐 실제 병원 문을 닫는 일이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4일 오후 5시부터 8일 0시까지 진행된 의협 전 회원 투표에서 유효 투표 인원 12만9200명 중 7만800명(투표율 54.8%)이 참여했다.

의협은 이번 투표에서 '정부의 의료농단, 교육농단을 저지하기 위한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십니까', '의협이 6월 중 계획한 휴진을 포함하는 단체 행동에 참여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두 질문에 같은 인원이 참여했다.

의협에 따르면 종전까지 의협이 벌여온 여러 투표·조사 가운데 이번 투표 참여 인원이 가장 많았다. 2014년 원격의료 저지 총파업 투쟁 투표에는 4만8861명이,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등 ‘4대악 의료정책’ 대응 설문조사에는 2만6809명이 참여했다.

투표율만 공개됐지만, 찬반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의협의 강경 투쟁 태세로 미뤄볼 때 찬성표가 우세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 20개 의대 소속 교수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미 의협의 투표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전의비는 전날 저녁 총회에서 의협, 대한의학회, 다른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도 휴진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다른 대학들도 향후 행동 방향에 대해 자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전공의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가 17일부터 휴진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9일 오후 2시 교수·봉직의·개원의 등 모든 직역이 참여하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범의료계 투쟁을 선포할 예정이다. 의협은 "의료계 투쟁역사에서 최대 규모의 단체행동이 될 것"이라며 "이번 대표자 대회는 범의료계 투쟁의 시작으로, 이후 정부의 입장 변화에 따라 상응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개원의들은 휴진에 참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영업자로 볼 수 있는 개원의들은 병원 문을 닫는 만큼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 개원의의 집단행동 참여율은 10%에 못 미쳤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