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급한 불' 끈 신세계…SSG닷컴 구원투수는 누구?
연말까지 SSG닷컴 FI 지분 제3자 매각
신세계, 6개월 시간 벌었지만…재무부담 여전
신세계그룹이 SSG닷컴의 재무적 투자자(FI)와 풋옵션(매수청구권)을 둘러싼 공방을 마무리했다. 신세계그룹은 회계 논란으로 번질 수 있었던 이슈를 정용진 회장 취임 첫 해 큰 잡음 없이 넘길 수 있게 됐다. FI도 긴 법정공방 대신 원금 수준의 투자금을 올해 안에 회수할 수 있어 양측간 합의는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신세계그룹이 새로운 FI를 찾지 못할 경우 올 연말까지 1조1500억원 가량의 지분을 되사야하는 만큼 재무적 부담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신세계그룹, 회계적 논란 벗어…FI는 확정적 수익 실현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신세계는 지난 4일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PE)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보유한 지분 매매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에 따르면 FI는 현재 보유 중인 SSG닷컴 보통주 131만6492주(30%) 전부를 올해 12월31일까지 이마트·신세계가 지정하는 단수 또는 복수의 제3자에게 매도할 예정이다. 되사는 가격은 1조15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FI는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친 투자금액(1조원) 이상을 회수하게 됐다.
앞서 두 FI는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을 차례로 투자해 SSG닷컴 지분을 각각 15%를 샀다. 당시 FI들은 두 차례에 걸쳐 이마트 및 신세계와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2023 사업연도에 SSG닷컴이 총매출요건(GMV) 또는 IPO 가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인수인은 2024년 5월 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소유 주식 전부를 매수해 줄 것을 대주주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
GMV 요건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판매된 상품의 총 가치(Gross Merchandise Volume)가 5조1600억원 달성을 뜻한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의 2022년 총거래액이 5조7000억 원을 넘겨 계약사항을 모두 지켰다며 풋옵션 부채 약 6000억원을 제거하고 이를 공시한 바 있다. 또 IPO위원회가 선정한 복수의 IB로부터 IPO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는 게 신세계그룹 측 입장이다.
하지만 FI들은 쓱닷컴이 두 가지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GMV 요건은 중복 계상을 제거할 때 미충족한다는 입장이다. 쓱닷컴이 상품권을 팔아서 번 매출액과 그 상품권을 받고 물건을 팔아 기록한 매출액이 중복돼 두 번 계상되며 GMV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FI들은 쓱닷컴이 IPO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받은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제안서는 ‘의견서’가 아니라는 게 FI 측 주장의 골자였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1일부로 FI의 풋옵션 행사가 가능해지면서 협상에 들어갔다. 쟁점은 FI가 가지고 있던 풋옵션이 유효한지 여부였다. 협상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았고, FI측이 법정공방도 준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장기전'의 가능성이 점쳐지며 양측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양측의 이번 합의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대승적 합의'라고 평가한다. 양측이 소송전을 벌일 경우 상품권 매출의 회계처리를 놓고 적정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쓱닷컴의 회계처리 위반과 공시 위반으로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FI들의 입장에서도 장기전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EQT파트너스 등의 FI들이 벌이고 있는 풋옵션 분쟁이다. 이들은 2018년 12월부터 시작된 풋옵션 논란이 소송전으로 치달으면서 아직까지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수익을 추구하는 FI 입장에서는 장기간 법적 투쟁보다는 신세계그룹과의 합의를 통해 비교적 단기간에 원금 이상의 금액을 회수하는 것이 훨씬 이득인 상황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신세계그룹은 회계적 부담을 없애고 6개월이라는 시간을 벌었다. FI들은 원금 회수에 더해 15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얻을 예정이다.
6개월 시간 번 신세계그룹…새 FI 찾기 난항 예상
관건은 신세계그룹이 올해 안으로 새로운 FI를 찾는 것이다. 다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SSG닷컴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SSG닷컴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8441억원, 2020년에는 1조2941억원, 2021년 1조4942억원, 2022년 1조7447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기간 e커머스가 급격히 성장한 수혜를 함께 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는 1조678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8년 물적분할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전년대비 8.3% 증가했다는 통계청 조사를 감안하면 부진한 성적표다.
지속적인 적자도 고민이다. 22019년 818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0년 469억원, 2021년 1079억원, 2022년 1111억원, 지난해 10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SSG닷컴의 지분을 인수해줄 FI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와 같은 중국 e커머스들도 국내 기업 인수보다는 자체 투자로 몸을 키우고 있다"며 "당장 5000억원 정도로 평가받는 11번가의 매각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지분 매매 계약을 통해 FI 측 지분 매각에 실패할 경우 지분을 되사주기로 합의했다. 일종의 풋옵션이다. 신세계그룹이 연말까지 새로운 FI를 찾지못하면 1조1500억원을 주고 SSG닷컴의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이 경우 재무적 부담이 불가피하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연결기준 각각 8025억원, 1조7712억원이다. 반면 신세계와 이마트의 지난해 말 차입금 규모는 각각 4조828억원, 7조8745억원에 달한다. 올 1분기에는 신세계와 이마트의 현금성 자산이 1조321억원과 1조4038억원으로 1378억원이 줄었다. 반면 차입금 규모는 각각 4조2253억원과 8조2849억원으로 5529억원이 늘어났다.
과거에도 FI와 풋옵션 계약으로 큰 손실이 입은 기업이 있다. 금호그룹은 2006년 말 대우건설 인수 시 부족한 자금 충당을 위해 FI와 손을 잡았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지분 72%를 주당 2만6200원에 매입했는데 이 중 39.6%를 FI가 대신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금호그룹은 2009년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 이하일 경우 FI의 지분을 되사주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건설의 주가가 최소 3만원대 중반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대우건설의 주가는 1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이 때문에 금호그룹은 FI들에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돌려줘야 했고, 결국 대우건설은 물론 계열사까지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신세계그룹, 자산매각 여부도 관심
신세계그룹이 자산 매각으로 추가적인 자금 마련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5일 CJ그룹과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을 진행했다. 이번 협업을 통해 두 그룹은 물류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중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SSG닷컴의 물류 시스템을 CJ대한통운이 맡는 방안이다. 신세계그룹측은 김포 NEO(네오)센터 두 곳과 오포에 지은 첨단 물류센터 등을 CJ대한통운에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SSG닷컴의 물류센터인 '네오'는 2014년 용인 보정동에 '네오001'을 통해 첫선을 보였다. 네오는 전통적인 물류창고 개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미래형 온라인스토어를 표방하고 있으며, 주문받아 배송을 처리하는 과정의 대부분이 자동화 설비에 의해 이뤄진다. 현재 보정동의 '네오001'과 함께, 2016년 김포 고촌읍에 '네오002', 바로 옆에 2019년 '네오003'이 세워진 상황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G마켓과 SSG닷컴은 물류 전문기업인 CJ대한통운의 배송 네트워크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물류센터 매각은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옵션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신세계그룹은 새로운 FI 유치에 자신이 있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현재 SSG닷컴에 관심을 투자자는 많다"며 "SSG닷컴의 기업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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