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탈영병 재판 중단 후 우크라 최전선 강제파병…"범죄자들도 끌어모으는 중"
장병 가족들 시위 확산에도 파병
우크라 러 본토타격 시작…병력부족
러시아 정부가 재판을 받고 있던 탈영병들까지 강제로 최전선에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병사들에 대한 심각한 구타행위와 인권침해가 자행돼 러시아 국민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본토타격 허용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어 전선 병력부족을 우려하는 러시아군이 앞으로 강제징집 인원을 더 늘릴 가능성이 커졌다.
"재판받던 탈영병 170명, 북부 최전선 강제 파병"러시아 독립매체인 베르스트카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이탈한 러시아군 탈영병 170여명이 북부전선으로 다시 강제 파병됐다. 해당 탈영병들은 재판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강제로 이송됐으며, 법원과 판사들은 물론 변호사들도 해당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베르스트카는 지적했다.
베르스트카는 탈영병 가족들의 말을 인용해 "올해 1월부터 약 800명에 이르는 탈영병들이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의 한 군사시설에 강제 수용됐다"며 "이들은 구타와 협박, 회유를 통해 최전선 재배치에 합의하는 계약서에 강제로 서명했으며 최근 이송된 170여명의 탈영병들은 우크라이나 북부 하르키우 전선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탈영병 뿐만 아니라 전쟁터에서 받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및 착란증세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휴가를 받은 병사들도 강제로 최전선에 재배치되고 있다. 이들은 통신망도 제대로 없는 매우 위험한 최전선에 배치돼 전선돌파나 위험한 정찰임무를 강제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집군인 가족 항의·시위에도 강제파병 강행최전선에 강제 동원된 군인들의 가족들은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매체인 노바야가제타에 따르면 인권단체인 '집으로 가는 길(Way Home)'과 군인 가족들이 3일 모스크바의 국방부 청사 앞에서 군인들의 복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징집된 군인들이 전선에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무릎을 꿇은 채 항의 시위에 나섰다.
러시아 국방부는 시위대와 대화에 나서긴 했지만, 징집병사들을 해산시키려면 정부 명령이 필요하다며 시위가 아닌 공식채널을 통해 국방부에 청원하라며 해산을 요구했다. 법무부는 해당 단체가 서방의 지원을 받은 스파이 단체라며 이들에 대한 검열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군인가족들의 시위는 점차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2022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린 부분동원령에 따라 30만명에 이르는 예비군을 강제 동원한 이후 생사가 불분명한 병사들이 늘어나면서 군인 가족들의 반발도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2022년 자국군 전사자가 5937명이라고 발표한 이후 사상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들이 추산한 러시아군 사상자는 최소 50만명 이상이다.
우크라 러 본토타격 본격화에 병력부족…강제징집 더 늘 듯한동안 수세에 몰리던 우크라이나군이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본토타격에 대한 제한적 허용 발표 이후 반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따라 러시아군의 병력부족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일부터 러시아 영내 목표물을 향해 처음으로 로켓포 공격을 실시했다. 러시아 종군기자인 에브게니 포두브니는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시스템(HIMAS)를 이용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와 접경지역인 러시아 벨고로드에 배치된 S-300과 S-400 방공미사일 포대가 피격됐으며, 이 과정에서 1200여명의 러시아군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이 본토 방공망에 대한 반격에 나서면서 러시아군은 전력을 더욱 강화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수감 중인 범죄자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할 경우 재판 전 모든 혐의를 면제해준다고 밝힌 상황. 지난해 봄, 가을 두차례에 걸쳐 30만명 이상의 병력을 추가 징집했음에도 병력 부족이 심화되자 범죄자들까지 대거 전선에 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국방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서방 정보당국이 최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매달 약 3만~4만명의 군인을 모집하고 있지만, 전선에서 손실규모가 매우 커져 만성적인 병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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