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신 사랑 보냈다…북한MZ들, '임영웅 USB'에 동요할까
"시장경제 체득…IT기술로 외부문화에 접근↑"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에 맞서 우리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관련 법적 족쇄를 풀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대북 확성기로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 K-팝 등이 전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국내 민간 탈북단체가 풍선을 띄워 USB에 한국 문화 콘텐츠를 담아 보낸 만큼 북한 젊은 군인과 접경 주민들의 심리적 동요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맞서 북한 MZ 세대가 원하는 자료들을 이동형저장장치(USB)에 담아 북한에 띄워 올렸다. 앞서 3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성명을 통해 6일부터 대북전단 20만장, 한국 드라마와 임영웅 트로트 등 동영상을 저장한 USB 2000개를 담은 풍선을 날리겠다며 "김정은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오물 쓰레기를 보냈지만, 탈북자들은 2000만 북한 동포들에게 진실과 사랑을 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조치는 북한의 젊은 군인들의 동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의 중대 도발 때마다 우리 정부는 대북 확성기를 압박 카드로 사용해왔는데, 2016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북 확성기와 관련 "북한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심리전"이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에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한은 같은 해 7월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를 새로운 북침전쟁의 도폭선으로 만들어놓으려는 괴뢰들의 흉심"이라며 우리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번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 국면에서 정부가 대북확성기 재개 족쇄를 풀고 탈북단체가 대북전단 살포에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특히 북한의 MZ세대인 장마당세대의 체제 인식 변화가 두드러진다는 만큼 심리전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 MZ' 장마당세대…체제 동요 속속 포착장마당세대는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북한의 청년층을 일컫는 신조어다. 2022년 추정치 기준 약 35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북한 인구 추정치 2500만명 중 약 14%를 차지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북한의 MZ세대:장마당세대의 특징과 동향' 보고서를 보면 현재 장마당세대는 북한 내부 혹은 해외에서 노동자나 장마당 상인, 무역 일꾼으로 일하며 북한 경제에서 실질적인 소득 창출 활동을 하고 있다. 출생 시기가 비슷하고 소득과 소비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비교할 수 있다. 또 기성세대와 달리 '집단·조직'보다 '나·개인'을 중시하는 성향 등도 유사하다.
보고서는 "장마당세대는 장마당에서 돈을 번 10대들은 과시적 소비의 일환으로 최신 손전화(휴대전화)를 구매하는가 하면, 한국·중국 등 외부 문화의 영상을 시청하거나 음악을 감상하며 다른 사람보다 외부 문화를 빠르게 접하고 많이 아는 점을 중요시한다"고 분석했다.
북한당국은 체제에 대한 순응을 기대하며 이들은 '새세대'로 부르지만 이들은 겉으로는 순응하면서도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책임지는 '자립'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경험이 영향을 끼쳤는데 장마당세대는 이 시기에 유·소년기에 겪었고, 기성세대와 달리 당국의 배급이 아닌 '장마당' 활동을 통해 극한의 생존을 경험하며 시장경제를 체득했기 때문이다. 최근 통일부가 발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따르면, 1% 내외의 극소수이기는하나 장마당세대가 포함된 20~40대가 중국의 은행에 차명 계좌를 개설하여 여유자금을 보관하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하는 등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동요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 최근 북한동향전문매체 데일리NK는 한국 영화 '파묘'에 대한 입소문이 북한 국경지대 주민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K콘텐츠의 유입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장마당세대는 IT기술을 활용해 외부 문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장마당세대가 북한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시장경제를 체득한 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북한체제에 대한 순응보다는 변화와 자립을 갈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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