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유럽 문 열었지만 미국이 열쇠…9월 내릴 확률 56%
캐나다에 이어 유로존이 미국보다 앞서 ‘기준금리 인하’ 문을 열면서, 세계적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 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사실상 G7(미국ㆍ일본ㆍ영국ㆍ캐나다ㆍ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 가운데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국가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하로 피벗 첫걸음을 뗐다. 피벗 속도에 불을 댕길 수 있는 건 미국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때라는 분석도 나온다.
G7 국가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 한 건 캐나다다. 지난 5일(현지시간) 캐나다은행(BOC)은 기준금리를 기존 5%에서 4.75%로 인하했다. 4년 3개월 만에 첫 인하다. 추가 인하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 놨다. 다음날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존 4.5%이던 기준금리를 4.25%로 내리면서 뒤를 이었다. 2022년 7월 첫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이후 약 2년여만이다.
기준금리를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로 올려놓은 영란은행(BOE) 역시 5일 발표한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수정치가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졌다. 가디언은 “영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11월이나 12월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G7은 아니지만,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를 구성하는 국가인 스웨덴과 스위스도 올해 이미 한 차례 금리를 내린 바 있다.
유럽권이 피벗에 나선 건 물가는 점차 안정됐는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다. 특히 유로존과 영국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가 두드러졌다.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2021년 10월 역대 최고(전년 대비 10.6%)로 치솟았다가 올해 4월 2.4%까지 하락해 물가 목표치(2%)에 가까워졌다. 영국 CPI(전년 대비)도 지난 4월 기준 2.3%로 2021년 7월 이후 가장 낮다.
하지만 유로존이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미국의 피벗이 늦춰진 게 변수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낮출 기대에 다시 군불을 피우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7일 오후 4시 기준 Fed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1회 내릴 확률은 55.7%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 47%보다 8.7%포인트 오른 수치다.
인하 기대가 높아진 건 최근 미국 노동시장에서 둔화 신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노동부 구인ㆍ이직보고서(JOLTS)에서 4월 구인 건수는 805만9000건으로 2021년 2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아서 안심하긴 이르다. 올해 들어 미국의 CPI 상승률(전년 대비)은 3% 중반까지 확대되면서 ‘끈적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ECB도 추세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6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하 결정 이후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간 정책 금리를 충분히 긴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인하’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한편 또 다른 G7 국가인 일본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0%로 정상화한 뒤 제자리걸음이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의 물가 지표가 엇갈리게 나타나며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고용시장이 둔화하는 추세고,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유가도 안정세로 돌아서 Fed가 9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Fed가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는다고 한다면 가뜩이나 주요국들의 기준금리가 미국을 역전해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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