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수사 '지도'한다는데…검찰총장 사실은 반쪽 지휘권?
이원석 검찰총장이 오는 9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 수사에 마지막 승부수를 거는 모양새다. 지난달 “신속·철저 수사”를 지시한 데 이어 관련 사건의 실무 지휘라인인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이 부임한 첫날인 지난 3일엔 김 여사를 겨냥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며 소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 총장이 기소 여부나 처벌 가능성과는 별개로 김 여사를 소환하려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법조계 관계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총장은 ‘예외·특혜·성역은 없다’는 원칙론을 강조하며 “(수사팀이) 바른 결론을 내리도록 지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상 유력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 등에 대한 수사는 ‘중요 사건’으로 분류돼 총장이 직접 보고를 받고, 소환·구속영장·기소 등 수사 진행상의 주요 분기점마다 총장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된다.
다만 김 여사 관련 의혹의 경우 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수사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검찰총장이 수사를 지휘하거나 관련 내용을 보고받을 수 없는 상태다.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총장을 지휘 라인에서 배제한 탓이다. 검찰총장의 참모이자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역시 보고·지휘 라인에서 빠져 있다.
당시 추 장관은 김 여사의 남편이자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개입을 막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는데, 이후 이같은 수사지휘권을 철회하는 별도의 조치가 없어 4년째 효력이 유지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 수사'에 반쪽뿐인 총장 지휘권
법조계 일각에서 이런 이유로 이 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배제 철회’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김 여사를 소환키로 결정한다면 명품백 수수 의혹과 주가조작 의혹 등 중앙지검에서 수사중인 두 건을 한 번에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한 대통령실 측과의 조율 및 수사팀 내부적인 조사 시간 분배 등을 위해선 ‘반쪽 지휘’에 그치고 있는 수사지휘 배제 상태가 해소돼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계 관계자는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별개의 사건이지만 영부인에 대한 수사란 점에서 검찰총장을 비롯한 지휘부와 수사팀 간의 체계적이고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총장으로선 스스로 강조한 ‘바른 결론으로의 지도’를 위해서라도 온전한 수사지휘 권한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재 법무부장관 ‘권한 행사’ 필요
문제는 용산 대통령실이 김 여사 수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장관으로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회복하는 결정 자체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뜩이나 대통령실은 이 총장이 최근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고, 김 여사를 향해 ‘예외·특혜·성역은 없다’고 발언한 이후 검찰에 대한 경계심을 높인 상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년간 검찰총장이 지휘에서 배제된 상태인 데다 전임 정부에서 이미 치열하게 수사를 해 온 사건인데 이제 와 갑자기 총장의 지휘권한을 되살리는 것은 오히려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 총장이 수차례 강조한 대로 수사팀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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