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2인 당대표?'…자꾸 흔들리는 與 지도체제
여상규 "2인 지도체제 갈 수 있을지 의논"
'한동훈·유승민 견제론'에 '용산 개입설'
등장에 '신중론'…나경원 "2인 체제 대안X"
국민의힘이 이번엔 '2인 당대표' 지도체제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당대회 경선에서 1위가 당대표를, 2위가 수석최고위원 겸 부대표를 맡는 방식을 꺼내 들면서다. 선례 없는 제안에 대통령실 개입설과 한동훈·유승민 견제론 등 다양한 설이 난무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지도체제 개정에 대한 신중론에 힘이 실리면서 개정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여상규 국민의힘 당헌·당규 개정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특위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2인 체제의 장점이 있지만, 반대하는 분들은 2인 사이 다툼이 있을 때 당을 일관되게 이끌고 갈 수 있느냐는 걱정이 있다고 한다"며 "그러한 걱정을 불식시키고 2인 지도체제로 갈 수 있을지 여부를 다시 의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 위원장이 언급한 2인 지도체제는 황 비대위원장이 지난 5일 원외당협위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 표면화됐다. 이 지도체제는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1위가 대표를 하고, 2위가 수석최고위원 겸 부대표를 맡는 방식이다. 대통령과 부통령 관계처럼, 당대표가 궐위될 경우 수석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지도체제가 논의 선상에 오른 이유는 대표가 물러나면 비대위가 출범하고 또 전당대회를 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아울러 최소 2명이 당대표와 수석최고위원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당권 도전자가 많아져, 7·25 전대의 흥행이 담보될 것이란 기대감도 다른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또 이 2인 지도체제가 당 안팎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당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따로 하는 현행 '단일지도체제'와 경선에서 1위가 당대표를, 차순위부터 최고위원을 하는 '집단지도체제'를 배합한 절충안이 될 수 있단 점도 도입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황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경선에서 1등이 대표를 맡고 2~3위가 최고위원을 맡는 3인 지도체제를 주장하다 2인 지도체제로 방향을 튼 것 역시 절충안을 수렴한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22대 총선서 경기 포천·가평에서 당선된 김용태 비대위원은 전날 채널A '정치 시그널'에 나와 2인 지도체제에 대해 "(특정 후보를) 견제하는 목적이 아니라, 지도부의 안정과 전당대회 흥행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2인 지도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큰 모양새다. 당권주자 가운데 비윤(非尹·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을 독점하거나 유승민 전 의원이 지도부에 입성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란 시선이 나오고 있어서다.
단일지도체제를 채택했을 때에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됐을 때, 지도부 내에서 한 전 위원장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단이 없게 된다. 반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순수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했을 때에는 유승민 전 의원이 최고위원 중 한 명으로 지도부에 들어와 계속해서 '용산' 듣기에 불편한 쓴소리를 이어갈 수 있다.
'2인 지도체제'는 유승민 전 의원의 지도부 입성 가능성을 정교하게 차단하면서, 동시에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됐을 때, 친윤계 수석최고위원이 당대표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국민의힘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대표가 대권에 도전하려면 대선 1년 6개월 전인 2025년 9월까지는 사퇴해야 하는데, 이 경우 부대표인 수석최고위원이 당대표직을 승계해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 오히려 대표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집단지도체제는 '봉숭아학당'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체제(2인 지도체제)도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라며 "정도로 가야 한다. 책임 정치 실천, 안정적인 리더십 발휘를 위해서는 기존의 단일지도체제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순수집단지도체제에 호의적인 국민의힘 3040세대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도 전날 2인 지도체제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당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2인 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단 설도 등장했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 나와 "황 비대위원장이 용산과 소통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부통령처럼 부대표를 두는 하이브리드 체제를 (들고 나온 것 같다)"라고 했다.
첫목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도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황 위원장 개인 판단의 결과라고 보느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어떻다고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하이브리드라는 단어가 황우여 대표께서 평소 쓰는 단어일까 궁금증이 든다"라고 답했다. 외부의 입김이 황 위원장에게 작용했을 수도 있단 여지를 남긴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개입설이 등장한 이유는 '한동훈·유승민 견제론'과 결이 다르지 않다. 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싶은 대통령실 입장에선 대표 권한을 2인에게 분산할 경우, 당대표와의 갈등이 격화되면 수석최고위원을 당대표로 올려 영향력을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3인 지도체제였다면 모르겠지만 2인으로 좁혀지면서 그럴 (대통령실이 개입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관리형인 현 비대위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해는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지도체제와 관련한 잡음에 당 안팎에서도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했던 원외 인사들의 의견을 담아내기엔 이번 전대 준비 기간이 너무 짧은 만큼, 차기 지도부에 이 논의를 넘기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실 개입설부터 황 위원장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도체제를 건드리고 있단 얘기까지 나오고 있지 않느냐. 더 이상 잡음을 만들지 않고 다음으로 넘기는 게 나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심을 반영하는 룰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전대) 변수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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