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의 ‘예며들다’] 북미서 활개치는 한국發·미국産 이단교회 가보니
건물 입구에 높은 펜스가 처져 있다. 교회라고 들었지만 외관은 일반 건물과 전혀 구분되지 않았다. 통행하는 이마저 전혀 없어 주변은 생기가 없었다. 건물 앞을 서성거린 지 1분도 안 돼 경계심 가득한 얼굴을 한 관계자가 나와 영어로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며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신분을 밝히자 그는 한층 더 경계하는 얼굴로 건물 안쪽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최근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가주시온교회(California Zion Church) 건물 앞 풍경이다. 정통교회 이름 같지만 이곳은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의 LA 본부다. 교주 이만희가 60억여원을 현지로 보내 2017년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같은 날 이곳에서 차로 20여분 떨어진 하나님의교회를 찾았다.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다. 이곳도 펜스와 함께 한쪽 붉은 팻말에 흰색 글씨로 ‘Private Property(사유지)’ ‘No trespassing(무단침입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주변을 서성거린 지 몇 분 안 돼 어김없이 경계심 가득한 얼굴의 관계자가 나왔다. 예배에 아무나 참석할 수 있냐고 묻는 말에 그는 “성경공부를 먼저하고 와야 한다”고 했다.
그날 오후 이번에는 한 한인교회를 찾았다. 삭막하고 삼엄했던 앞선 장소들과 달리 교회 출입에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잘 가꿔진 화단이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평온했다. 온화한 표정의 사람들이 건물 안팎을 자유롭게 오갔고, 모르는 사이임에도 미소와 함께 가벼운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뭔가 포근했던 느낌이 비단 심적으로 정통교회에 더 마음이 갔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이 교회 목사에게 앞선 방문지에서 겪은 일을 들려줬다. 그러자 그는 “교회가 전신 갑주를 입은 전투함이 돼야 하는데 우리 교회는 너무 무방비한 여객선 같은 건 아닐는지 걱정스럽다”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이 교회는 현재 주기적으로 이단 대처 세미나를 열며 성도들을 바른 교리로 무장시키려 물밑에서 열심히 준비 중이었다.
누구나 와서 뛰어놀 수 있는 곳과 선별된 자만 출입할 수 있는 곳. 어느 것이 더 하나님이 바라시는 교회일까 생각해본다. 물론 불필요한 사고방지를 위해 교회 안팎에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잘 살펴보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경계와 폐쇄성은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주님께서는 교회가 신자든 비신자든 할 것 없이 서로 벗하며 어울리는 장소가 되길 원하셨을 것이다.
교회가 교리상으로 온전히 서 있다면 이단들이 교회 담장 안으로 들어와도 흔들리거나 미혹되지 않을 것이다. 앞선 이단들이 자신을 찾은 이들을 경계했던 건 자신의 포교법이, 자신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떳떳하지 못하고 혹시라도 뭔가 발각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따르는 진리를 이단들에 뺏기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한국교회에 필요하다. 앞선 두 이단뿐 아니라 정통교회의 ‘삼위일체’ 교리를 부정하는 필리핀발 이단과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르몬교 건물도 방문했다. 이들은 당당한 말투로 “언제든 들어와서 보라”고 했다. 몇 마디 나눈 대화 속에서 자신들이 따르는 이단 교리를 ‘진리’로 믿는 확고한 신념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된 대답은 “우리는 누구보다도 성경 말씀을 따른다”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뜻이 아닌 자의적으로 성경을 해석했음에도 철저히 성경 말씀대로 살고 있다는 자부심과 확신만큼은 여느 정통교회 신자보다 확고했다.
언제든 정통교회인 당신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그들의 자신감이 갑자기 무서워졌다. 우린 과연 이단과 진리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는가. 언제든지 자신 있게 그들과 토론하며 이단 교리를 무력화할 준비가 돼 있는가. 교회가 여객선 같다는 목사님의 말에서 사자성어 ‘외유내강’을 떠올린다. 겉은 여객선이지만 안은 철저히 전신 갑주를 입은 전투함이어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모래성은 파도가 무섭다. 하지만 차곡차곡 벽돌로 반석 위에 견고히 쌓아 올린 성은 파도가 무섭지 않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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