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변호사는 주업, 법조 선교사 본업”… 통일선교 위해 달린다
많은 현대인이 본캐(본캐릭터)와 부캐(부캐릭터)로 산다. 보통 생계와 하고 싶은 일로 구분된다. 그러나 직업을 통해 하나님의 소명을 함께 이뤄가는 사람은 본·부캐 혼연일체나 마찬가지다. 변호사라는 본캐로 살아가며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법조 선교사로 활동하는 임형섭(47) 변호사가 그런 인물이 아닐까.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법무법인 광장에서 만난 임 변호사는 “변호사는 주업이고 통일 선교라는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 본업이 아닐까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임 변호사는 2003년 사법시험 합격 후 쭉 변호사로 일했다. 국내 대형로펌에서 행정·금융 분야 소송 전문가로 활동한다. 동시에 통일법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통일 법제 관련한 연구를 하며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 등 유관부서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2022년엔 통일분야 전문가 네트워크인 VK리더십포럼을 창립해 다양한 분야 전문인 35여명과 함께 미래와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같은 해 통일법제 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통일부장관 표창을 받았고, 그간의 실무 경험과 연구 성과를 담은 ‘국제적 관점에서 본 통일법제 이해’를 지난달 펴냈기도 했다.
임 변호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남북관계에서 법제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가 국제 정세나 국내 정치적 요인에 의해 쉽게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남북 간 합의가 단순한 선언이나 신사협정에 그치지 않고 조약에 이를 수 있도록 법제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 2월 북미정상회담인 하노이 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되면서 많은 젊은 전문가가 통일 분야를 떠나는 상황을 지켜봤다. 임 변호사는 “정부 등 공공영역은 미래세대 통일역량을 결집하고 양성하는 등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통일법제 전문가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자신을 ‘전문인 선교사’ 혹은 ‘법조 선교사’라고 소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변호사라는 본캐에서 발휘하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말할 수 있는 자신감처럼 보였다. 그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로펌 평가 기관인 체임버스앤파트너스가 지난해 발간한 체임버스글로벌가이드의 ‘외국인 전문가 기업 인수 합병’과 ‘북한 일반 경영법’ 분야에서 선도적 인물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 변호사 중 서너 명 정도가 각 분야에 선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변호사는 “사도 바울이 ‘텐트 메이커’로 일하며 선교한 것처럼 저도 변호사라는 주업을 하면서도 통일 선교사라는 본업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늘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신앙 침체기를 겪었다. 변호사 초년병 시절엔 새로운 일을 배우는 데 정신이 없었고 경력이 차면서 시간에 쫓겼다. 임 변호사는 “응급실에 갈 정도로 바빴고 일로써 성장해 인정을 받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었다”고 털어놨다. 그럴 때마다 기독교 방송 출연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통일 선교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기회가 생겼다. 임 변호사는 소송 업무로 눈코 뜰 새 없던 중에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광장에서 남북경협과 대북제재 업무를 다루는 북한팀도 맡아 이끌고 있다. 그는 “변호사 달란트가 누구한테 왔느냐에 대한 생각의 관점만 온전히 잡혀 있다면 시간 사용의 우선순위는 충분히 정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교회 공동체 지킨 일을 변호사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으로 꼽았다. 2018년 무렵 송사에 휘말린 교회와 교단 등을 대리해 승소를 끌어냈다. 그는 “한 교회에서 만들어준 감사패는 집안의 가보”라며 웃었다.
임 변호사는 초교 시절 담임교사 전도로 교회에 나갔다. 제대로 신앙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다. 원하던 대학 진학에 실패한 스무 살 무렵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그 후 1년 내내 ‘소명을 발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다 한 기독교 연합 대학 집회 광고 시간에서 그 답을 찾게 됐다.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에서 사역하는 한 선교사가 전해준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다. 임 변호사는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으로 수많은 이들이 굶어 죽는 상황이었다”며 “분단으로 생긴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하나님의 백성을 위로하라’는 이사야 40장 1~5절 말씀은 그때부터 줄곧 임 변호사에게 인생의 나침반 같은 구절로 꼽힌다.
그는 통일 준비를 ‘노아의 방주’ 짓는 일과 비슷하다고 여긴다. 임 변호사는 “한국은 패권국가가 아니기에 한반도에 통일이 온다면 어느 순간 태풍과 쓰나미처럼 올 것”이라며 “그렇기에 통일을 준비하는 것은 산속에서 배를 짓는 일로 조롱과 비난을 받았지만 묵묵히 소명을 지킨 노아의 마음과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로 일하며 만나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소망도 품었다. 어느 날 성경을 읽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영단어 덕분이었다. 임 변호사는 “요한복음에 ‘보혜사’로 해석된 단어가 변호사를 뜻하는 애드보케이트(Advocate)와 같더라”며 “예수님이 우리를 만나 상담하고 변호하고 위로하셨던 것처럼 나 역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그분의 위로를 담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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