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화영 중형 단죄에도 ‘방탄 특검’ 강행할 텐가
경기도지사 방북 관련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 인정
징역 9년6개월 선고…이재명 보고 여부 판단 안해
판결 나흘 앞두고 특검법 발의한 민주당 자숙해야
법원이 어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불법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뇌물 혐의도 인정해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내렸다.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불법적으로 거액을 건넨 사실을 인정한 판결이다.
이 전 부지사 측은 1년 8개월간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다양한 행태로 검찰 수사 내용을 반박했다. 특히 이 대표의 방북 비용으로 김 전 회장이 북한 조선노동당에 수백만 달러를 제공했다는 내용을 극구 부인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대북송금은 경기도와 무관한 쌍방울의 대북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계약금 성격”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도지사 방북 요청이 아니었다면 김 전 회장이 돈을 북한에 지급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법원의 판단은 일반인의 상식에도 부합한다.
재판부는 중형 선고 이유에 대해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사건만큼 피고인과 주변 인물이 시종 비상식적인 언행을 일삼으며 재판을 지연시킨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이 전 부지사는 당초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부분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허위 진술이었다고 번복했다. 이 전 부 지사는 1년 넘게 재판을 받다가 법관 기피 신청을 내 재판을 지연시켰다. 최근엔 검사가 ‘검찰청 술판 회의’를 만들어 진술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빌미로 민주당은 특검법을 밀어붙였다. 일련의 억지스러운 행태에 법원은 중형으로 답한 셈이다.
이번 판결로 지난 3일 ‘김성태 대북 송금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는 내용의 특검법안을 발의한 민주당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시중엔 사건의 내막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민주당이 유죄 판결을 예상해 선고 나흘 전 선제적으로 ‘방탄 특검법’을 강행했다는 의구심이 퍼져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한술 더 떠 ‘수사 검사 탄핵’까지 주장하니 어처구니없다. 오랜 재판 끝에 법원의 판단이 나온 만큼 민주당은 이제라도 특검법을 철회하고 사법 절차에 성실히 임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재판부는 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로부터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 받았는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법 송금이 도지사의 방북을 추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대표는 도의적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에 이 대표가 보고를 받았다고 적시했었다. 이 대표는 공당의 대표로서 민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를 중단시키고 겸허히 재판에 임하는 모습을 보일 때다. 막무가내식 부인으로 일관하면 엄중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 이번 재판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나타난 행태로 미루어 볼 때 이 전 부지사와 민주당의 재판 방해 행위가 더욱 극심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법부는 이 전 부지사의 남은 재판과 이 대표 관련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사법 정의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수사한 김대중 정부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건네진 돈이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런 진통을 겪고서도 또다시 북한 정권에 불법적으로 자금을 제공한 행위는 묵과하기 어렵다. 이번 재판이 북한에 대한 불법 지원을 근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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