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피로회복엔? 하면 누구나 ‘아로나민’ [장수 브랜드의 비밀]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6.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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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동제약 아로나민

‘피로회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약이 무엇인지. 아마 국민 대다수는 ‘아로나민’이라고 답할 것이다. 활성 비타민제인 아로나민은 “피로회복에는 아로나민”이라는 문구를 각인시키며 60년 넘는 세월 동안 ‘피로회복제의 1인자’로 군림해왔다. 기나긴 시간 동안 새로운 경쟁자가 계속 등장하며 자리를 위협했지만, 왕좌를 굳건히 지켰다.

2024년에도 인기는 여전하다. 10년 연속 브랜드파워 영양제 부문 1위를 거머쥐며 국민 영양제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일동제약은 1960년대 생소한 개념이던 ‘스포츠 마케팅’을 처음 도입했다. 당시 국민 인기 스포츠인 ‘복싱’을 후원, 빠른 속도로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일동제약 제공)
효율성 높은 활성 비타민

일동제약 먹여 살리는 ‘효자 상품’

아로나민 이름은 ‘알리티아민’에서 따왔다. 알리티아민은 마늘의 주성분인 알리신과 비타민B1(티아민)의 화합물이다. 일본 다케다약품이 처음 개발했다. 일반 비타민보다 흡수 효율이 뛰어난 물질이다. 알리티아민 성능에 주목한 다케다약품은 알리티아민을 변형시킨 ‘푸르설티아민(fursultiamine)’을 원료로 하는 최초의 ‘활성 비타민제’를 내놨다.

일동제약도 이 활성 비타민제에 주목했다. 아로나민이 나온 1960년대는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과 생활상이 열악하던 시기였다. 고된 노동과 과로, 영양 결핍에 시달리던 사람이 많았다. 당시 일동제약 측은 피로회복을 위한 영양제의 필요성을 절감, 영양제 개발에 착수했다. 많은 성분 중 일동제약은 비타민B군을 주성분으로 한 제품에 주목했다. 비타민B가 에너지 생성과 신경의 작용에 관여하는 핵심 영양소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비타민B 흡수율을 한껏 끌어올린 활성 비타민제는 일동제약이 원하던 ‘신약’과 딱 들어맞았다.

일동제약 연구진은 일반형 비타민에 비해 체내 흡수와 조직 이행이 잘되고, 혈중 지속 시간이 더 긴 활성형 비타민 개발에 몰두했다. 오랜 연구 끝에 마침내 독자 기술로 활성 비타민B1 자체 합성에 성공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활성 비타민B1을 주성분으로 1963년 첫선을 보인 제품이 바로 ‘아로나민정’이다.

아로나민은 시장에 나온 직후 ‘돌풍’을 일으켰다. 1960년대에도 시중에는 여러 종의 비타민 영양제가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일반형 비타민 원료를 활용한 제품이었다. 흡수율이 좋은 활성형 비타민을 쓴 아로나민은 다른 제품과 뚜렷하게 차별화를 할 수 있었다.

아로나민은 꾸준히 제품 가짓수를 늘리며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비타민B 외에도 다른 영양소를 활용한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였다. 일반인에게 익숙한 영양소인 비타민C를 활용한 ‘아로나민 씨플러스’, 눈 건강에 초점을 맞춘 ‘아로나

민 아이플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포함 현재 ‘아로나민 시리즈’는 총 7가지에 달한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구성을 다양화해 소비자가 자신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세분화한 것이 아로나민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로나민은 일동제약을 먹여 살리는 효자 상품이다. 아로나민 제품군은 2024년 1분기 기준 매출 142억원을 거뒀다. 이는 일동제약 전체 매출 비중의 9%에 달한다. 아로나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1% 상승하면서, 일동제약도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로나민’ 브랜드의 질주 배경은

각인 효과, 스포츠 마케팅, 품질 연구

아로나민 브랜드를 자리 잡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은 크게 3가지가 꼽힌다. 시장 이목을 집중시킨 스포츠 마케팅, ‘피로회복 = 아로나민’이라는 이미지를 입힌 각인 효과, 그리고 계속된 품질 개선이다.

스포츠 마케팅은 초창기 아로나민 브랜드가 시장에 안착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금이야 익숙한 스포츠 마케팅이지만 1960년대에는 흔하지 않았다. 애초에 마케팅과 홍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다. 일동제약은 과감하게 스포츠 마케팅을 도입했다. 발매 초기인 1964년, ‘국민 스포츠’로서 최고 인기를 누리던 프로복싱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프로복싱 기구 세계 챔피언을 지낸 김기수 선수(1966~1968년 WBA·WBC 통합 주니어 미들급 세계 챔피언) 후원과 더불어 ‘체력은 국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광고를 내보냈다. 국내 산업계에서 스포츠를 마케팅에 접목한 최초 사례다. 반응은 뜨거웠다. 아로나민 브랜드는 순식간에 이름을 알렸다. 스포츠 마케팅의 저력을 확인한 일동제약은 이를 적극 활용했다. 각종 스포츠 중계 방송 후원과 함께 회사 이름을 딴 ‘일동 스포츠’라는 TV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아로나민 브랜드를 대중에게 알렸다.

이름을 알린 후에는 ‘피로회복 = 아로나민’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고단한 노동자와 회사원이 아로나민을 먹고 힘내는 이미지의 광고를 지속해서 내보냈다. 시작은 1971년부터 5년여간 이어진 광고 캠페인 ‘의지의 한국인’ 시리즈다. 고열 작업공을 시작으로 파일럿, 프로그래머, 건축기사, 엔지니어, 지휘자, 기관사, 도예가 등 육체와 정신 노동이 집중되는 직업군의 종사자를 모델로 내세웠다. 고단한 노동자의 모습을 전달하는 한편, 고단한 삶 속의 한국인에게 ‘하면 된다’는 신념을 전달하는 ‘캠페인성 광고(공익적 목적을 포함한 광고)’였다. 이를 기점으로 ‘체력은 국력’ ‘건강이 재산’ ‘피로회복엔 아로나민’ 등 피로회복과 영양제를 연상하게 하는 메시지를 지속 송출했다. 자연스레 소비자 뇌리에 아로나민은 피로회복제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광고만 내세워서는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성능과 품질 향상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1963년 자체 푸르설티아민을 생산한 후 개량을 거듭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원조 격인 일본 제품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현재 일동제약은 아로나민 원료인 푸르설티아민을 일본 시장으로 수출한다. 해당 제품의 일본 시장점유율은 약 25%에 달한다. 비(非)일본 제품 중에서는 점유율이 가장 높다.

60년 역사 아로나민의 고민은

점점 강력해지는 경쟁자의 등장

60여년간 국민 영양제로 군림해온 아로나민이지만, 걱정거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강력한 경쟁자가 연달아 등장하면서 고민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장을 휩쓸기 시작한 오쏘몰 이뮨, 아임비타 이뮨샷 등 ‘건기식 비타민’의 기세가 심상찮다.

아로나민은 일반의약품이다. 따라서 판매처가 약국으로 제한된다. 반면 ‘건기식 비타민’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 슈퍼나 마트 등에서 쉽게 살 수 있다. 분류는 다르지만 이들 건기식 비타민은 일반약 종합비타민의 경쟁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마케팅 포인트가 ‘피로회복’으로 비슷해서다. 약국에 가야만 살 수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아로나민 대신, 구입하기 쉬운 이들 ‘건기식 비타민’을 택하는 소비자가 상당수다.

일동제약은 마케팅 강화, 성능 개선으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한동안 주춤했던 마케팅에 힘을 줄 계획. 젊은 세대에 인지도가 높은 배우 손석구를 모델로 발탁했다. 아로나민이 가진 ‘고루하다’는 이미지를 바꾸는 데 집중한다는 그림이다.

약품 성능 강화를 위한 R&D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과거 성공에만 머무르지 않겠다. 회사 내부에서는 100년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제품력 강화와 신제품 출시에 전력을 다해 ‘장수 브랜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2호 (2024.06.05~2024.06.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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