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부터 박승욱까지, 싱가포르전에서 꽃 핀 선수들
이래저래 위기에 휘말렸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오랜만의 대승을 거뒀습니다. 6일(현지시각)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싱가포르를 상대로 무려 7-0이라는 스코어를 기록한 건데요. 손흥민-이강인-황희찬 등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활약이 식어 있던(?) 축구 팬들의 가슴을 달궜습니다. 특히 손흥민과 이강인은 두 골 씩을 기록하기도 했죠.
김도훈 대표팀 임시 감독의 선택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날 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으며 그라운드를 종횡무진한 선수가 주민규, 배준호 두 명이에요. 이 가운데 주민규는 부상으로 결장한 조규성을 대신해 스트라이커로 나섰습니다. 1990년생으로 만 34세인 그는 30대가 된 후 두 번이나 K리그1 득점왕에 등극한 '대기만성형' 선수입니다. 올 3월, 생애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달고 태국전에 나서며 '국가대표 최고령 A매치 데뷔' 기록을 세운 주민규는 이번 싱가포르전으로 또 하나의 역사를 썼어요. 역대 국가대표 중 두 번째로 많은 나이에 A매치 첫 골을 넣은 거예요.
그는 단연 싱가포르전의 '발견'이었습니다. 우선 전반 9분 손흥민의 슈팅이 막히자 재빠르게 볼을 캐치해 이강인에게 패스, 선제골 도움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10분 후, 주민규의 A매치 첫 골이 터졌습니다. 전반 20분 김진수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골로 연결시켰죠. 후반에도 쉬지 않았습니다. 후반 8분 손흥민에게 넘긴 롱패스가 득점으로 연결됐고, 딱 1분 후 이강인의 두 번째 골을 도왔어요.
김도훈 임시감독이 '새로운 유형'이라 표현한 배준호도 돋보였습니다. 후반에 교체투입된 그는 박승욱의 어시스트로 A매치 데뷔전에서 A매치 첫 골을 넣는 쾌거를 이룩했죠. 스토크시티에서 '올해의 선수'에 선정될 만큼 실력이 입증된 배준호는 아직 21세로, 대표팀의 새 '젊은 피'가 되 줄 자원입니다. 배준호와 함께 후반전에 들어온 박승욱도 생애 첫 A매치를 훌륭히 소화했고요. 이 밖에도 싱가포르전에는 황재원, 오세훈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채 경기장을 누볐습니다.
무려 네 명이 A매치 데뷔전에서 출중한 경기력을 보여 준 가운데, 김도훈 감독이 발탁한 7명의 새 얼굴 중 아직 출전하지 못한 하창래-최준-황인재에게도 시선이 쏠립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한 나이대에서 배출된 신선한 조합이 기대되네요. 대표팀은 7일 하루 휴식한 뒤 8일에 재소집,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월드컵 2차예선 마지막 대결을 벌입니다. 3차 예선 진출은 이미 확정된 상황이고요.
한편 '캡틴' 손흥민이 싱가포르전을 앞두고 국가대표팀 동료들에게 한 조언이 있습니다. 선수들을 모아 놓은 그는 "어릴 때부터 너희들이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이 자리를 얻어냈다고 생각한다"라며 "물론 너희들이 당연히 받아야 될 자격을 여기서 받고 있는 거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죠.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된 선수들도 이 조언에 깊은 위로를 받았을 거예요. 올 초부터 축구 인생에 다시 없을 우여곡절을 겪었던 그였지만, 싱가포르전이 끝난 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대표 은퇴설을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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