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간판 들이받고 못 알아챈 80대…경찰이 찾아 사고 막았다

"면허반납제도 적극 이용" 당부

치매로 의심되는 80대 고령 운전자가 새벽 국도에서 위험하게 운전하다 출동 경찰관이 신속하게 발견하면서 안전하게 귀가한 사연이 알려졌다. 해당 운전자는 공사 현장에 있던 입간판을 들이받았지만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7일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이날 오전 1시 2분께 양양군 손양면 송현리 송현사거리에서 "어르신이 운전하는 앞 차량이 위험하게 운행하고 있다"는 신고가 강원 속초경찰서에 들어왔다.

경찰은 신고장소에서 약 2㎞ 떨어진 연창삼거리에서 3분 만에 A씨(81)의 차량을 발견하고, 정차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A(81)씨는 시속 70㎞ 도로에서 시속 30㎞ 내외로 느리게 운행하거나 인근 도로공사 현장에 세워져 있던 입간판을 들이받고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그대로 차량을 운전하는 상황이었다.

양양지구대 강성은(52) 경위는 우선 차량을 안전한 곳에 정차시킨 뒤 A씨의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음주는 감지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에게 각종 질문을 했으나, A씨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경위는 A씨가 발견된 곳이 이미 집에서 약 20㎞ 지나친 장소라는 점과 입간판 충격에도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점 등에 미뤄 A씨가 운전대를 잡기에는 인지능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후 A씨를 조수석에 태웠고, A씨가 운행한 차량은 같이 온 경찰이 운행했다. 강 경위는 A씨 아내에게 면허반납제도를 설명하며 운전 자제를 당부했다. A씨 아내는 강 경위에게 "남편 목숨을 구해줬다"며 감사의 인사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강 경위는 연합뉴스에 "교통사고를 예방해 뿌듯하다"면서도 "고령자의 경우 운전 대응 능력이 떨어져 사고가 나기 쉬운 만큼 면허반납제도를 적극 이용해달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사고는 3만 4652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7.6%에 이른다. 교통사고가 크게 줄고 있음에도 고령자가 낸 사고는 크게 느는 추세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는 대체로 신체 반응의 둔화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해서 생긴 것으로 차량이 인도를 침범하거나, 주의집중력 저하로 인한 횡단보도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경찰청, 지자체는 교통사고를 줄이고 사회적 안전을 위해 고령자 스스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