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보다 먼저 미술계에 등장한 블랙맘바

차민주 2024. 6. 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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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게리트 위모를 소개합니다.

'쇠 맛' 나는 음악으로 독자적인 세계관과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에스파의 데뷔곡은 여전히 생생하죠. 4년 전 케이팝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블랙맘바'인데요. 이 얘기를 꺼낸 건 에스파보다 먼저 블랙맘바라는 소재로 주목을 받은 아티스트를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아트가 된 블랙맘바의 독
프랑스 출신의 순수 예술가 마르게리트 위모는 2016년 서울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전시에 참여해 블랙맘바의 독을 이용한 작품을 공개했어요. 아프리카산 독사의 독이 소량 함유된 형광 페인트로 전시 공간을 뒤덮은 것인데요. 작가는 일반적으로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독이 인도에서는 약으로 쓰인다는 상반된 면에 주목했다고 해요. 그렇게 완성한 전시 공간은 화려한 색으로 관람객을 끌어당기는 동시에 사방에 독이 함유되어 있다는 정보를 제공해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했습니다.
마르게리트 위모가 미국 루이스 계곡 휴경지에서 진행한 초대형 대지 미술 작품 〈Orisons〉 (2023)

이처럼 마르게리트 위모는 대중이 주목하지 않는 자연의 힘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습니다. 특히 선사 시대, 멸종 생명체, 인간의 흔적이 닿지 않은 황무지, 초자연적 우주 현상 등 미지의 자연에 대해 깊이 있는 천착을 드러냈는데요. 이런 주제와 작가의 열정이 만나면 그야말로 빅뱅이 일어납니다. 전시를 위한 연구 조사에만 몇 년을 들인다는 마르게리트 위모는 광범위한 답사 지역을 뒤지고 원주민, 조류학자, 야생동물 전문가 등 거의 모든 관련자를 인터뷰해 정보를 수집합니다.

the twist (2024)

그렇게 마련한 광범위하고 탄탄한 과학적 토대 위로 마르게리트 위모는 본인만의 철학적 이야기를 써 내려가요. 작가의 세상에는 신화적 생태계가 존재합니다. 과거 멸종된 동식물이 숨쉬고, 땅과 하늘이 연결되며, 인간과 자연이 진정으로 소통하는 곳 말이죠. 현시대를 위한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는 것. 작가의 예술적 야심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먼지로 뒤덮인 신세계
마르게리트 위모가 탐구하고 구현한 장엄한 자연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6월 7일부터 8월 17일까지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마르게리트 위모의 첫 아시아 개인전 〈Dust〉가 열립니다. 이곳에 들어서면 전시 제목인 '먼지'의 사전적 의미에서 상상할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우선 광활한 대지와 이상적인 동식물을 관념적으로 표현한 조각 작품이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내고요. 작가가 직접 촬영한 미국 콜로라도 루이스 계곡 사진이 저마다의 크기로 전시 공간을 채우고 있어요.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는 마르게리트 위모의 수채 드로잉 작품을 처음 선보인다고 해요.
the guardian of Earth migrations (2024)
a circular piece of land as an access to the nets of spacetime I (the twist) (2024)

에스파의 '블랙맘바'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넌 광야를 떠돌고 있어', '다시 너와 연결될 수 있다면'. 황야를 누비며 인간과 자연을 연결할 미래를 탐구하는 마르게리트 위모의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건 저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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