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보다 먼저 미술계에 등장한 블랙맘바
'쇠 맛' 나는 음악으로 독자적인 세계관과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에스파의 데뷔곡은 여전히 생생하죠. 4년 전 케이팝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블랙맘바'인데요. 이 얘기를 꺼낸 건 에스파보다 먼저 블랙맘바라는 소재로 주목을 받은 아티스트를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마르게리트 위모는 대중이 주목하지 않는 자연의 힘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습니다. 특히 선사 시대, 멸종 생명체, 인간의 흔적이 닿지 않은 황무지, 초자연적 우주 현상 등 미지의 자연에 대해 깊이 있는 천착을 드러냈는데요. 이런 주제와 작가의 열정이 만나면 그야말로 빅뱅이 일어납니다. 전시를 위한 연구 조사에만 몇 년을 들인다는 마르게리트 위모는 광범위한 답사 지역을 뒤지고 원주민, 조류학자, 야생동물 전문가 등 거의 모든 관련자를 인터뷰해 정보를 수집합니다.
그렇게 마련한 광범위하고 탄탄한 과학적 토대 위로 마르게리트 위모는 본인만의 철학적 이야기를 써 내려가요. 작가의 세상에는 신화적 생태계가 존재합니다. 과거 멸종된 동식물이 숨쉬고, 땅과 하늘이 연결되며, 인간과 자연이 진정으로 소통하는 곳 말이죠. 현시대를 위한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는 것. 작가의 예술적 야심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에스파의 '블랙맘바'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넌 광야를 떠돌고 있어', '다시 너와 연결될 수 있다면'. 황야를 누비며 인간과 자연을 연결할 미래를 탐구하는 마르게리트 위모의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건 저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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