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의 외침이 울리다

이윤옥 2024. 6. 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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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 <페치카> 공연 열려

[이윤옥 기자]

'민족과 국가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의 충절을 추모하는 날'인 현충일(6월 6일) 오후 3시, 성남시에 있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전석 매진으로 객석을 꽉 메운 가운데 뮤지컬 <페치카> 공연이 있었다.

페치카(러시아 말로 난로)는 안중근 의사와 함께 러시아 일대에서 독립운동의 선봉장으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동포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 등 그 삶 자체가 동토(動土)를 녹이는 따뜻한 '난로 같은 삶'을 살다간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선생(1860~1921)의 별명으로 이를 뮤지컬로 무대에 올린 공연이다. 

6일은 현충일이기도 하지만 일제 매국노들의 반민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설치됐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습격당해 '일제 식민잔재 청산이 좌절된 통한의 날' 이기도 해 이날 <페치카> 공연은 더욱 뜻 깊었다.
 
▲ 어린이합창단 특별출연한 어린이합창단과 함께 만세를 부르는 출연진들
ⓒ 예술단체 랑코리아
  
"독립운동 관련 뮤지컬인 <페치카> 공연이 전석 매진 된 것은, 호국보훈의 도시를 표방하는 성남시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착한가격 1만 원으로 기획한 영향도 컸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의식있는 관객들이 많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이는 이번 공연의 예술감독을 맡은 주세페김 팝페라 가수의 말이다.

뮤지컬 <페치카>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최재형 선생 역을 맡은 주세페김과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 역을 맡은 구미꼬김은 '듀오아임'으로 활약하고 있는 부부 성악가다. 듀오아임은 성남에서 전문예술단체 랑코리아와 사단법인 K문화독립군을 설립해 2019년 3.1만세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독립운동 뮤지컬 <페치카>를 KBS홀, 세종문화회관, 경기도문화의전당, 성남아트센터 등에서 공연을 해왔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 위기 때는 강원도교육청의 기획으로 원주, 강릉, 춘천에서 학생들 대상의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등 듀오아임의 뮤지컬 <페치카>는 인문학 K팝페라로 활동의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뮤지컬 <페치카>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김성녀가 등장해 1990년대까지 생존했던 상해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장관) 최재형의 다섯째딸 올가역을 맡아 열연했다.

무대에 막이 오르면 배우 김성녀는 조명을 한 몸에 받으며 등장하여, 아버지 최재형의 어린 시절 자수성가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지원 그리고 3.1만세운동과 임시정부 수립까지의 내용을 특유의 감성어린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들려주어 뮤지컬의 전체적인 흐름과 전개에 도움을 줬다. 배우 김성녀는 초연(2017) 때부터 참여하여 청중들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 페치카 공연 1 뮤지컬 <페치카> 공연 한 장면
ⓒ 랑코리아
   
▲ 페치카 공연 2 뮤지컬 <페치카> 공연 한 장면 2
ⓒ 랑코리아
  
뮤지컬 <페치카>에 선보이는 주요 노래는 시인 이상백, 정희성, 이윤옥의 노랫말과 더불어 러시아 대문호 푸시킨의 시 등에 주세페김이 직접 작곡해 한국 문학의 진수와 러시아적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를 두고 배우 김성녀는 "아무런 장식 없이 순백의 영혼처럼 느껴지는 듀오아임의 노래는 시를 낭송하듯이 절절하고 고귀하다. 가장 감동을 자아내는 부분은 주세페김이 작곡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들"이라고 했다. 배우 김성녀의 말에 공감한다. 정말 그랬다. 뮤지컬(musicals)이 노래와 춤, 연기가 어우러진 공연이라고 볼 때 '노래'의 비중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페치카>에 등장하는 모든 노래에 곡을 작곡한 주세페김의 뛰어난 예술 감각이 돋보였다.

뮤지컬 <페치카>는 2017년 11월 용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시범공연을 시작으로 2018 KBS홀 공연을 거쳐 201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으로 무대에 올려진 이래 해마다 각색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데 2020년에는 안중근의 〈장부가〉 노래를 추가했고 이번 공연에서는 하얼빈으로 떠나는 〈출정가〉 노래를 추가했다. 주세페김은 앞으로도 연해주에서 권업신문 주필을 지낸 단재 신채호 선생과 권업회 부회장으로 활동한 홍범도 장군의 내용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 페치카 공연장 뮤지컬 <페치카> 공연장과 무대
ⓒ 랑코리아
   
▲ 페치카 관객들 자리를 꽉 매운 뮤지컬 <페치카> 관객들
ⓒ 랑코리아
  
사실, 기자는 2017년 11월 용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페치카> 시범공연 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부부 팝페라 가수 듀오아임의 <페치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아니 즐기고 있다기보다는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번 공연에도 객석이 꽉 차야 하는데... 이번 공연에는 제발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맘껏 공연을 펼칠 수 있어야 하는데..." 같은 마음으로 말이다.

"저희는 듀오아임의 '왕팬'입니다. 예술성이 뛰어난 팝페라 부부 가수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뮤지컬로 승화시켜 나가는 것을 알고부터 공연장에 나와 응원하고자 지인들의 청소년 자녀들을 10여 명 데리고 나왔습니다. 호국정신이라든지, 독립정신 등이 희박해져가는 아이들에게 백번의 말보다 한 편의 뮤지컬을 함께 보게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지요."

서초동에 산다는 조의순씨(45)는 이번이 두 번째 공연관람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하는 일부터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등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맡아 한 듀오아임은 "공연단 랑코리아(대표 박성진)를 통해 학교나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 뮤지컬 <페치카> 공연을 하면서 학생들의 무대체험 활동을 병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다만 예산이 빠듯해 많은 곳에 찾아갈 수 없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무엇보다도 랑코리아 단원들이 제대로 된 대우도 못 받으면서 흔쾌히 동참해 주고 있어 힘이 납니다"라며 모든 공을 함께하는 단원들에게 돌렸다.
 
▲ 페치카 매표소 앞  독립운동가를 그린 뮤지컬 <페치카> 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 앞을 가득 메운 관객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매표소 앞
ⓒ 랑코리아
  
이날 공연 중에 출연진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독립선언서 낭독이 있었는데 특히 광복회 성남지회 임경수 지회장이 출연하여 <공약3장>을 낭독하는 모습은 공연이 끝나고도 오랫동안 가슴 속에서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덧붙이는 글 | 우리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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