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북 사례금” 대북송금 유죄…이화영 1심 징역 9년6개월
쌍방울의 대북송금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사례금”이었다며 법원이 처음으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 쌍방울에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와 경기지사 방북비용을 대납시키고 뇌물·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7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벌금 2억5000만원과 3억2595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이 전 부지사가 2022년 10월 기소된 지 1년 8개월 만에 나온 1심 선고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행태를 보면 장기간 뇌물 및 정치자금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지원받았다”며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에서 유력 정치인과 사기업 간의 유착관계 단절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음에도 이러한 기대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또 “북한과의 교류협력사업을 진행할 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는데 자신의 공적인 지위를 이용해 사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하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함으로써 외교·안보상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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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대북사업은 쌍방울을 위한 것”…法 “경기도 사업비”
1심 재판부는 최대 쟁점인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비용(300만 달러) 등 2019년 800만 달러를 대북송금한 혐의 가운데 절반 가량인 394만 달러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여기엔 이재명 당시 지사의 방북 사례금으로 230만 달러를 국외 밀반출하고, 그중 200만 달러를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지 않고 금융제재대상인 북한 조선노동당에 지급했다고 인정한 것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쌍방울의 대북송금은 경기도지사 방북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돈으로 방북 사례금으로 보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쌍방울이 경기도가 낼 스마트팜 사업비용을 대납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발언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도 했다.
나머지 금액은 “환치기 방법으로 수출(반출)했다는 부분은 (1인당 1만 달러를 초과하는) 지급수단 휴대수출행위로 볼 수 없다”거나 “스마트팜 사업비 및 방북비용 일부는 조선노동당에 (직접) 지급했거나 조선노동당에 지급할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이 “쌍방울의 자체 대북사업을 위한 계약금·거마비”라며 대북송금 의혹을 부인한 데 대해 “김성태 전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등의 진술과 국가정보원 문건, 경기도 내부 보고서 등에 의해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성태 전 회장 등 관련자들이 일관되게 ‘경기도 사업비’라고 진술하고 있고, 이 전 부지사의 휴대전화에서도 김 전 회장과 북한 관계자가 함께 찍은 사진이 저장된 것이 확인되는 등 쌍방울 측의 진술이 배척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번복한 “이재명 지사에게 쌍방울의 대납을 보고했다”는 검찰 진술에 대해선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은 보고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진술했지만 실제 보고 여부는 김 전 회장의 행동 동기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쌍방울 법카·법인차량 등도…法 “뇌물·정치자금 부정 수수 맞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부인한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모두 인정했다. “김 전 회장 등 관련자들의 진술과 법인카드 사용 명세 등을 볼 때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받아 사용한 것이 맞다”고 봤다.
다만 “이 전 부지사가 킨텍스 대표이사로 재직한 기간의 법인카드·법인차량 사용 등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며 1억700만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경기도 평화부지사 취임 전 법인카드를 사용한 부분도 “정치자금법에서 규정한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하면서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정된 금액은 2억1800여만원이다.
이 전 부지사의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자 진술과 형사판결문, 통화명세 등에 의해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봤다. 검찰은 지난 4월 8일 결심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10억원, 추징금 3억3400여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부지사는 연한 갈색 수의를 입은 채 방청석에 있는 가족들을 보며 웃으면서 재판장에 들어왔지만, 선고 직후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들은 재판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광민 변호사(경기도의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인정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 재판부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김현철 변호사는 “다음 항소심에서 평균적인 법관이 판단한다면 결과 바뀔 것”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수원지검 역시 입장문을 내고 “이화영 피고인과 변호인, 일부 정당이 판결 직전까지 제기해온 이른바 ‘쌍방울 주가조작을 위한 대북송금’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며 “다만 양형에 있어 뇌물에서 법정형(징역 10년)보다 낮은 징역 8년이 선고된 점과 외국환거래의 절차 부분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점에 대해선 판결문 검토를 마치는 대로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모란·손성배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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