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타] ⑧ '전자두뇌'로 유명한 암산 신동, 축구지능도 가는 곳마다 극찬 : 스위스 아칸지

김정용 기자 2024. 6. 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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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아칸지(스위스).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64 곱하기 21은?"


이 암산 문제에 정확히 1초 만에 답을 말할 수 있는 전자두뇌의 소유자가 마누엘 아칸지다. 그의 암산 능력은 축구와 동떨어진 단순한 묘기가 아니라, 첫인상과 달리 지능적인 선수라는 그의 최대 장점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아칸지는 스위스 시절 TV에 출연해 암산 신동으로 주목받기도 하고, 암산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수학자의 길을 밟진 않았지만 독일의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시절에도, 잉글랜드의 맨체스터시티로 이적한 뒤에도 아칸지 인터뷰를 통해 쇼츠를 뽑아낸다면 일단 암산부터 시키고 본다. 동료 선수가 숫자를 계산기에 치기도 전에 아칸지가 답을 먼저 말할 정도로 빠르다.


수학적인 능력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인 아버지도 수학적 재능이 뛰어났고, 금융계에서 일하기 위해 스위스로 이주했다. 거기서 어머니를 만나 낳은 첫째 아들이 마누엘 아칸지다. 그래서 아칸지의 가운데 이름은 오바페미다. 나이지리아에서 흔한 요루바어 이름으로, '왕이 사랑하는 자'를 뜻한다. 가문의 전통을 잊지 않은 아칸지는 짧게 깎은 머리를 왕관 모양으로 밀어 이름을 표현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여러 언어에 능통하고 국제적인 스위스 문화에 나이지리아 혈통까지 더해졌다. 아칸지가 축구선수로서 가진 가장 큰 장점도 유연함과 다재다능함이다. 아칸지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모두 능해 어디 가든 빠르게 적응하고 동료들과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다.


스위스 강호 바젤에서 두각을 나타난 아칸지는 23세 때 도르트문트로 이적했다. 그때부터 박힌 이미지는 신체조건이 좋고, 기술은 그저 그런 선수라는 것이었다. 아칸지는 센터백의 키와 풀백의 스피드를 겸비한 선수로서 수비진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안정감이 부족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래서 2022년 맨체스터시티로 이적했을 때 도르트문트 팬들이 그리 슬퍼하지 않았다.


맨시티에서 아칸지의 진가는 기대 이상으로 빛나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2022-2023시즌 고안한 2-3-4-1 포메이션은 센터백의 덩치, 풀백의 운동능력, 미드필더의 전술지능을 모두 겸비한 선수가 여럿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아칸지는 오른쪽 스토퍼 역할로 시작해 시즌 도중 결원이 생기면 왼쪽 스토퍼까지 무리 없이 소화했다. 그러다 비교적 안정감이 중요한 스리백의 가운데도 맡기 시작했다. 2023-2024시즌 들어서는 심지어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올라갔다. 특히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칸지를 첼시, 리버풀, 토트넘, 애스턴빌라, RB라이프치히 등 껄끄러운 상대를 만날 때마다 미드필더로 출격시키며 시즌 중반 전술의 포인트로 활용하기까지 했다.


그를 겪어 본 축구인들은 사실 지능적인 선수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미하엘 초어크 당시 도르트문트 단장은 "신체조건, 힘, 속도를 모두 갖췄다. 가장 놀라운 건 수비라인을 조직하는 능력이다. 경기 상황에 맞춰 수비라인을 조정하고 이동시킬 수 있다. 이 점이 그를 중요한 선수로 만든다"며 신체능력보다 중요한 건 전술지능이라고 일찍이 꿰뚫어 본 바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아칸지에 대해 "단 한 번만 설명해도 알아듣는 선수다. 감독으로선 그런 선수를 가졌다는 게 선물과도 같다. 몇몇 선수에게는 10번 설명하고 10번 훈련해야 하는데 아칸지는 단 한 번만으로 공격과 수비 모두 완벽하게 수행한다. 지적인 사람은 늘 성과를 낸다는 걸 아칸지가 증명한다"고 칭찬했다.


마누엘 아칸지(스위스). 게티이미지코리아
마누엘 아칸지(맨체스터시티). 맨체스터시티 홈페이지 캡처

스위스 수비진은 유연성을 갖춘 선수로 가득하다. 베테랑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는 풀백과 센터백을 오가는 선수로 킥과 빌드업이 최고 장점이다. 파비안 셰어는 멀티 플레이어가 아니지만 센터백으로서 빌드업 능력과 세트피스 득점력 등 공격까지 겸비했다. 여기에 대표팀 신예들도 멀티 포지션이다. 레오니다스 스테르기우는 센터백을 중심으로 라이트백까지 소화하며, 장신 센터백 세드리그 제지거도 유사시 레프트백까지 소화한 적 있다.


과거에는 센터백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수비력과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 외에는 영향력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급속도로 발전한 전술은 센터백들이 아예 전방으로 올라가며 경기 전체를 풀어주는 것도 가능케 했다. 스위스는 아칸지를 비롯해 세련된 센터백 운용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잔뜩 구비된 팀이다.


▲ 마누엘 아칸지


나이 : 29세


소속팀 : 맨체스터시티


A매치 기록 : 59경기 3골(7일 현재)


주요 경력 : 스위스 슈퍼리그 올해의 선수(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2022-2023, 2023-2024), 잉글랜드 FA컵(2022-2023), UEFA 챔피언스리그(2022-2023)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맨체스터시티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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