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반독점에 발목 잡히나…美 MS·엔비디아·오픈AI 조사 착수
인공지능(AI) 개발·판매에 앞장섰던 빅테크들이 반독점에 발목을 잡혔다.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 등 미 규제 당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오픈AI 등 주요 기업들의 반독점 행위 조사에 착수했다. 전 세계적으로 AI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영국·EU 등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들의 경영 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어 AI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석이 나온다.
무슨 일이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FTC가 MS와 AI스타트업 ‘인플렉션 AI’ 간의 파트너십이 반독점법을 위반한 행위인지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도 “법무부와 FTC가 지난주 엔비디아·MS·오픈AI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역할 분담에 합의했다”고 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FTC는 MS와 오픈AI, 법무부는 엔비디아에 대한 조사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조나단 칸터 미 법무부 반독점국장은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당국은 지배적인 기술 기업이 시장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긴급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시장에 대한) 개입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FTC는 MS가 인플렉션의 공동창업자를 MS AI 사업 책임자로 임명하고, 회사 직원 70명 중 대부분을 MS 직원으로 영입하면서도 ‘인수’가 아닌‘파트너십’이라는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들여다 볼 예정이다. 이 파트너십이 합병을 우회하기 위한 수단은 아닌지 따져보는 것이다. 반독점개선법(Hart-Scott-Rodino, HSR)에는 올해 기준 1억 1950만 달러(약 1632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연방 반독점 집행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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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의미야
조사 대상에 오른 세 기업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생성 AI 열풍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들이다. 오픈AI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발 빠르게 기존 제품에 생성 AI 기능을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1월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시총) 1위에 올랐다. AI 학습과 추론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손에 쥔 엔비디아는 지난해 6월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서더니 지난 5일 시총 3조 달러(약 4134조1000억원)를 돌파했다.
AI 스타트업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AI 시대엔 빅테크라고 해서 모든 기술에 앞서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투자나 인수를 통해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AI 스타트업들이 투자 받은 총액은 270억 달러(약 37조원). 이 중 3분의 2가 MS·구글·아마존 등 빅테크에서 나왔다. 초기 벤처 투자사인 태피스트리 VC의 패트릭 머피 파트너는 ”AI 플랫폼 변화에서 잠재적으로 등장할 기업들은 이미 빅테크에 의해 모두 포섭됐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들이 몸집을 불리는 만큼, 경쟁 당국의 규제 의지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빅테크들의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FTC 뿐 아니라 영국, EU 경쟁 당국도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 행위에 반독점법 위반 요소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중이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이미 지난 4월 MS의 인플렉션 AI 인수, 아마존의 AI 스타트업 인수 등에 대한 예비 조사를 시작한 상태. EU 경쟁총국도 올해 초 MS의 오픈AI 투자와 관련해 조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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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면 좋을 것
빅테크들의 AI 모델과 서비스에 대한 규제 여론도 커지는 중. EU는 지난달 21일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을 승인하고 2026년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해당 법이 AI 규제와 관련된 국제 표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각 국의 AI 규제를 둘러싼 패권 싸움도 치열하다.
그동안 자국 기업 보호 차원에서 따로 규제 법안을 만들지 않던 미국도 최근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6일 FT는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AI 기술 관련 안전장치 마련을 골자로 하는 '첨단 AI 시스템을 위한 안전과 보안 혁신법'(Safe and Secure Innovation for Frontier Artificial Intelligence Systems Act)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지난주 상원을 통과해 오는 8월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구글·애플·오픈AI 등 주요 AI 기업들이 포진해있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이런 법안이 나온 데 주목하고 있다.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FT에 “누군가 혁신을 억누르기 위한 규제를 마련하고 싶다면 그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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