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무릎서 우드득 소리, 그 덕에 깨달은 인생 지혜

이숙자 2024. 6. 7. 17: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간이 오히려 감사해진 이유... 사실상 찰나에 불과한 삶이구나 싶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숙자 기자]

얼마 전 뽕잎차를 만들었다. 당뇨가 있는 나는 당뇨에 효능이 많다는 말을 듣고부터 매년 뽕잎차를 만들어 마시고 있다. 그 효능이 얼마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느낌으로 라도 기분이 좋아진다. 새로 만든 뽕잎차는 싱그럽고 맑은 느낌이다. 차색도 연한 녹차의 색을 띠어 요즘 마시기 좋은 차다. 내가 만든 차라서 더 많이 애정이 간다. 

시 낭송 모임에 나가는 날, 내가 만든 뽕잎차를 같이 나누어 먹고 싶었다. 회원들과 만나면 나누는 차 한잔은 큰 기쁨이다. 언제나 회장님이 준비해 온 정성을 다한 차 나눔은 늘 감사하면서도 미안했다. 많은 사람들을 감싸면서 모임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회원이 30명이라면 그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안테나를 켜 놓고 살핀다. 엄마가 자식들을 향한 애정처럼, 그게 리더의 자리다. 

나는 하루라도 회장님의 그런 수고를 덜어 주고 싶었다. 뽕잎차를 가지고 가서 회원들과 함께 우려 마시고 싶어 찻잎 담을 그릇을 찾았다. 

갑작스런 무릎 인대 파열...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래서 부엌 싱크대 이곳저곳 문을 열고 알맞은 그릇을 찾는 중이었는데, 손이 닿지를 않아 안방 화장대 의자를 가지고 와서 한 손으로 의자를 짚고 한 발에 무게를 싣고 힘주어 올라가는 순간 뚜두득 소리가 났다. 그러면서 나도 몰래 아악 소리를 내며 의자에 그대로 주저 않았다.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순식간에 주저 앉았는데, 한쪽 다리가 아파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다. '이건 탈이 났구나' 강하게 예감을 했다. 거실에 있던 남편도 놀라 주방으로 달려왔다. 놀란 모습이 역력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겨우 겨우 옷을 갈아입고 남편에게 의지하고 차를 타고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병원 복도 의자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병원에 오면 왜 그리 아픈 사람이 많은지 나도 그중에 한 명이구나 싶어 놀라운 마음을 진정한다. 

다리 사진을 찍어 보니 무릎 후방 인대가 찢어졌다 한다. 금방 환자가 되어 그냥 걸을 수가 없고 휠체어를 타야 했다. 한 걸음도 뗄 수 없이 다리가 아프다. 그래도 어쩌랴!! 사람은 살면서 어떤 일과 마주 할지 아무도 모르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다. 

무릎 후방 인대가 찢어지니 드는 생각. 삶은 사실상 찰나에 불과하다. 어쩌면 찰나에 불과한 삶, 그런데도 다들 최선을 다해 산다. 

나도 오늘 이런 일이 있으리라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죽음도 어느 날 이처럼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람 사는 일은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삶에서 아픔이 없으면 겸손하지 못한다고 말들을 하는데, 일정 부분은 사실인 것 같다. 지금껏 한동안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 없었다. 어느 날은 내가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평온한 날들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일 것 

때론 힘들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는 게 인생살이일진대 어찌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겠는가, 내게 온 일은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인다. 때가 되면 회복이 되리라 생각하면서. 불편함도 참아 내려한다. 인생이란 나그네와 같아서 괴로움이나 즐거움도 눈 깜짝 사이 지나간다. 힘들다고 불평 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람이 어려우면 꾀가 생긴다. 컴퓨터 앞에 있는 의자를 활용해 다니기 시작했다.
ⓒ 이숙자
 
지금까지 나이 든 남편은 주방일을 하기 어려워한다. 설거지도 물론이다. 어느 날 누가 먼저 세상을 이별할지 모르는 일이다. 주방일을 이번 기회에 경험하도록 해야겠다. 나이 들면 부부도 서로 혼자 있을 때를 준비해야 한다. 

살면서 준비해야 할 일,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담담히 준비하기로 했다. 결국 혼자 왔다가 혼자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사람이 어려우면 꾀가 생긴다. 깁스를 해야 해서 자유롭게 걸을 수 없으니 내 방 의자가 휠체어가 되어 남편이 밀고 주방으로 목욕탕으로 안방으로 옮겨 다닌다. 편리하다.

이런 때 남편이 집에 함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멀리 있는 딸들도 소식 듣고 집에 온다고 하지만 절대로 오지 못하게 문자를 보냈다. 오면 서로 힘들 것 같다. 매일 바쁜 딸들도 자기 만의 일상으로 바쁘고 소화하기 힘든데... 나로 인해 누군가 힘든 것이 싫다. 
 
 밥하기 힘들다고 연어 초밥을 배달해 줘서 함께 맛있게 먹었다.
ⓒ 이 숙자
 
내가 아프니 딸들은 자주 묻지 않던 문안을 수시로 한다. 어제저녁은 둘째 딸이 남편 좋아하는 연어 초밥을 배달해 줘 외식을 대신했다. 다리는 아프지만, 지인들 안부와 브런지 이웃 작가님들의 안부 소식에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예전에는 못했던 만들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에게 어울리는, 선물하기 좋을 목걸이도 만들고. 아프고 보니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혼자 노는 일거리 많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