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협상 결렬…野, 법사위원장 정청래·과방위원장 최민희 지명
더불어민주당이 7일 22대 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후보에 정청래(4선) 의원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 최민희(재선) 의원을 지명했다. 원(院) 구성 협상 법정시한인 이날 여당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즉각 지명한 것으로, 단독 원 구성을 앞둔 수순으로 평가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18개 상임위 가운데 민주당 몫 11개 상임위의 위원장 후보와 위원 명단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특히, 국민의힘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인 법사위원장 후보에 정 의원을, 과방위원장 후보에 최 의원을, 운영위원장 후보에 박찬대 원내대표를 각각 지명했다. 여당의 주장을 일축하고 강성 친명 중진을 전진 배치해 국회 운영과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은 교육위(김영호 의원)·행정안전위(신정훈 의원)·문화체육관광위(전재수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어기구 의원)·보건복지위(박주민 의원)·국토교통위(맹성규 의원)·환경노동위(안호영 의원)·예산결산특위(박정 의원) 등 나머지 8개 상임위원장 후보도 지명했다.
박 부대표는 “국민의힘이 상임위원 선임안을 오늘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국회법대로 10일 본회의에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은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다수 찬성으로 선출할 수 있어 171석 민주당 단독으로 정할 수 있다.
민주당 발표 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일방적인 원 구성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우리 몫인 법사위와 운영위를 강탈해갔기 때문에 다시 협상을 원점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정사상 초유의 폭거를 국민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에게 원 구성 협상을 위한 3자 회동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거부하면서 최종 결렬됐다. 추 원내대표는 “우 의장이 중립적으로 국회를 운영한다는 뜻을 읽을 수 없어 회동에 응할 수 없다”며 “10일 의원총회를 통해 협상과 의장 주재 회동 참여 등 대응 방안에 대한 총의를 모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원장을 포함한 각 상임위원 선임안을 오늘 제출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은 총선 후 첫 본회의(지난 5일)로부터 2일 내 선임하게 돼 있어 법정시한은 이날까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에서 “타협과 조정을 해보되, 합의가 되지 않으면 무한히 미룰 게 아니라 헌법과 국회법, 국민의 뜻에 따라 다수결 원리로 원 구성을 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본질은 법사위·운영위·과방위
이번 원 구성 협상의 최대 난관은 법사위·운영위·과방위 배분 문제다. 지난달 말부터 협상을 시작한 여야는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에 11개, 국민의힘에 7개 배분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양측 모두 법사위·운영위·과방위를 요구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체계·자구심사를 한다. 이를 명분으로 법안을 틀어쥐고 있는 경우도 잦아 정치권에선 “상원 노릇을 한다”는 평가가 많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를 소관하고, 과방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등 첨예한 문제를 다룬다. 국민의힘은 “법사위는 원내 2당이, 운영위는 여당이 맡아왔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책임 있는 정치를 하기 위해선 모두 필요하다”며 맞섰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독식하게 될 경우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두 번째다. 앞서 21대 전반기 국회에서도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전부 가져갔다가 여론의 역풍으로 하반기에는 국민의힘과 나눴다. 13대 국회부터는 의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원장은 통상 여당 원내대표가 통상 맡아왔고,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이 한 정당에서 나온 것은 16대 후반기 국회, 21대 전반기 국회 등 두 차례다.
우원식 의장은 이날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이뤄지지 않는데 유감”이라며 “국회의장은 마지막까지 원만한 원 구성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의장이 정한 기한 내에 교섭단체가 상임위원 선임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의장이 상임위원을 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협치의 첫 시험대에 오른 우 의장이 본회의 개최 시점을 뒤로 미루면서 물밑 협상을 지속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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