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울리면 불안해” 국적·세대 불문 ‘콜 포비아’ 확산

김민경 2024. 6. 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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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화가 오면 불안감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명 ‘콜 포비아’(전화공포증)를 겪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최근 ‘휴대전화로 전화 받는 것만 빼고 모든 걸 하는 회사원들’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사례를 전했다. 회사원들이 휴대전화로 모든 일을 하면서 정작 가장 기본 기능인 전화 통화는 피한다는 내용이다.

7일 WSJ 보도를 보면 미국에서도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이 세대 불문 늘고 있다. 콜 포비아는 문자메시지나 온라인 메신저, 이메일 등 텍스트 기반 소통을 선호하고 직접 대화하는 전화 통화를 기피하는 증상이다. 전화가 울리면 공포와 압박을 느끼고 심한 경우 식은땀과 함께 심장이 빨리 뛰는 신체적 반응이 동반되기도 한다.

미국 무선통신산업협회(CTIA)에 따르면 미국 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 트래픽(이용량)은 2012년 1조5000억 메가바이트에서 2022년 73조7000억 메가바이트로 10년 사이 50배 가까이 급증했다.

모바일 데이터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동안 유선전화 사용은 급감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음성통화량은 8.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 인구조사국 조사 결과 미국 성인 3명 중 2명은 일주일에 4통 이하로 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를 하루 한 통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5명 중 1명은 일주일에 한 번도 전화하지 않았다.

콜 포비아를 겪는 이들은 전화 통화가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전에 약속을 잡지 않고 예기치 않게 전화를 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텍사스주 플레이노 소재 비영리단체 모금 전략 컨설팅업체 ‘넥스트에프터’에서 관리자로 근무하는 리키 영(26)은 “전화할 때는 상대방의 표정을 볼 수 없으니 말실수할까 봐 걱정된다”며 “상대방이 대화 내용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고 WSJ에 말했다.

이런 증상은 ‘스마트폰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46세인 스티븐 브드루 역시 “사업차 전화를 걸 때면 23년 전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장인어른에게 전화했었던 때만큼 긴장된다”고 말했다.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전화 기술 컨설팅업체 ‘더 폰 레이디’ 대표 메리 제인 콥스는 “과거 워크숍을 하면 하루 1800달러(246만4200원)를 청구했는데 요즘은 수요가 늘어서 반나절에 3000달러(410만7000원)를 청구한다”며 “개인 코칭은 시간당 195달러(26만6955원)”라고 WSJ에 설명했다.

그는 “컨설팅을 하면 ‘전화를 어떻게 끝내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우리에게 명확했던 것들이 더이상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스타그램에서 '콜포비아(전화공포증)'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물 수. 인스타그램 캡처


콜 포비아 호소자는 한국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을 상대로 ‘대면 스피치’를 가르치는 학원도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20년 성인 남녀 직장인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가 콜 포비아를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58%는 전화보다 온라인 메신저나 문자메시지 등 비대면 소통이 익숙하다고 답했다. ‘메신저 앱·문자 등 비대면 의사소통에 익숙해져서’ ‘나도 모르게 말실수를 할까 봐’ ‘말을 잘 못 해서’ 등의 이유를 꼽았다.

직장인이 선호하는 사내 소통법 역시 대면 대화나 통화 같은 육성 방식보다 메신저를 이용한 활자 대화가 우세했다. 취업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지난해 취업준비생 1379명에 물은 결과 76%가 사내 소통 방식으로 메신저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대화와 전화는 각각 8%, 6% 정도에 불과했다. 메신저 선호 이유는 ‘가장 익숙해서’ ‘충분히 생각한 후 답변할 수 있어서’ ‘메신저를 통해 내용을 기록해 둘 수 있어서’ 등이었다.

콜 포비아는 일상에서 작은 연습만으로도 완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들은 통화하기 전 핵심 내용을 메모하거나 미리 대본 작성하기, 통화 상대를 가정해 재현해 보기 등을 조언했다.

김민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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