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또 사라고? 팬들이 현금인출기냐"…BTS 진 '포옹회' 논란
“멤버의 좋은 의도가 상술에 이용당한 것 같아 속상하다”
“팬들을 ATM(현금자동입출금기)으로 보는 것 아니냐”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이 전역 직후 진행하는 행사가 공지된 뒤, 팬덤 아미에선 강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행사 응모기준 때문이다.
지난 2일 BTS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진이 제대 다음 날인 오는 13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에서 열리는 ‘2024 페스타(FESTA)’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페스타’는 방탄소년단이 데뷔일 6월 13일을 기념해 팬들과 만나는 축제다.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군에서 맞았던 진은 “11주년에는 무조건 아미와 함께하겠다”며 남다른 팬 사랑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팬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소속사에 직접 팬 이벤트를 제안했고, 전역 후 첫 공식 활동으로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포옹회(허그회)를 열기로 했다.
논란은 포옹회 응모기준을 두고 불거졌다. 2일 오전 11시부터 6일 밤 11시 59분까지, 닷새 동안 BTS 앨범을 구매하는 사람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구매 시 응모 가능한 앨범 역시 앤솔러지(선집) 음반 ‘프루프’(Proof)와 그 이후 발매된 솔로 앨범으로 명시했다. 2년 전에 발매된 ‘프루프’를 비롯해 팬 다수가 이미 기존 앨범을 소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행사를 이유로 팬들에게 음반 재구매를 강제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소속사는 바로 진화에 나섰다. 신규 구매 내역과 관계 없이 기존 음반 구매 팬들까지 응모 자격을 넓히는 것으로 기준을 변경했다. 더불어 “세심하게 응모 기준을 설정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2차례에 걸쳐 사과 내용이 담긴 공지문을 냈다.
하지만 ‘앨범 구매’ 조건 자체는 여전히 그대로다. 팬 인증을 위해 앨범 구매 내역이 필수라는 의견도 있지만, 팬클럽 선착순 신청 등 반드시 앨범 구매가 아니더라도 인증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구매한 음반의 총 수량만큼 자동 응모되는 방식 탓에 더 많은 앨범 구매를 유도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K팝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의 이다연 활동가는 “응모 및 선발 조건으로 앨범 구매를 내걸어 팬들이 당첨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똑같은 앨범을 계속해서 중복 구매하도록 유도했다”며 “듣지도 않을 앨범을 다량 사서 폐기하게 하는 상술”이라고 지적했다.
앨범깡·밀어내기에 피로도↑…K팝 자정의 목소리
랜덤 포토카드·이벤트 응모를 위해 앨범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앨범깡’, 소속사가 앨범 물량을 끌어안은 뒤 추후 팬 이벤트 등을 통해 물량을 털어내는 ‘밀어내기’. K팝이 산업화되면서 점차 악습처럼 굳어진 현상들이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K팝 앨범 판매량이 1억 2000만장이 넘었다는 자랑스러운 뉴스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역대 최대로 극심한 초동(발매 후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 경쟁이 있었다. 전작보다 혹은 경쟁 그룹의 초동 기록을 깨야 한다는 압박이 소속사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심했다”고 말했다. “이미 피로감이 쌓였고, 결국 팬들의 지갑을 열어서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라 자정의 목소리가 점차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4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앨범구매 목적을 조사한 결과, 포토카드와 같은 굿즈를 수집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은 52.7%, 이벤트에 응모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은 25.4%였다. 지난달 일본 도쿄 시부야에선 그룹 세븐틴의 앨범이 길거리에 대량으로 버려져 있는 모습이 온라인으로 퍼지기도 했다.
김 위원은 “국내외 통틀어 가수의 인기를 공식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직은 음반 판매량밖에 없다. 당장의 수익·매출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소위 ‘앨범깡’, ‘밀어내기’와 같은 문제가 바로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결국은 플라스틱 쓰레기·기후 문제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접근해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팬들의 가장 강력한 요구이자 첫 걸음은 앨범 중복 구매를 유도를 멈추는 것”이라면서 “겉표지만 다른 앨범 버전을 내는 등 환경을 파괴하는 상술에 대한 경각심을 각 엔터사가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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