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케인' 주민규, A매치 데뷔골에 도움 해트트릭까지… 김도훈 감독과 '사제의 윈윈' 성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코리안 케인' 주민규와 김도훈 남자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의 인연은 잠시 스쳐지나간 1년보다 더 깊다.
한국은 6일(한국시간)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이상 2차 예선 C조 5차전을 갖고 싱가포르에 7-0 대승을 거뒀다. 4승 1무로 조 1위와 3차 예선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또한 싱가포르전과 이어지는 11일 중국전까지 모두 승리해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우위를 점해 3차 예선 조추첨 톱시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목표에도 한 발 다가갔다.
싱가포르전은 무려 7골이 터진 만큼 주인공 한 명을 곱기 힘들다. 슈퍼스타 손흥민과 이강인이 모두 멀티골을 터뜨렸고, 두 선수 모두 각자 특기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최고 기대주인 배준호가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공격 포인트와 실질적인 경기 기여도 측면에서는 주민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주민규는 1골 3도움을 기록했다. A매치 데뷔골을 넣으면서 최고령 데뷔골 기록을 33세 343일로 경신했다. 또한 도움 해트트릭이라는 대표팀에서 보기 드문 기록도 추가했다.
둔하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넓은 활동 반경, 정평이 난 연계플레이 등 주민규의 장점이 잘 드러난 어시스트들이었다. 특히 이강인에게 준 세 번째 어시스트는 수비를 등지고 돌아서면서 한 박자 늦게 침투하는 이강인에게 딱 슛하기 좋게 내주는 센스가 돋보였다.
또한 손흥민에게 준 도움은 주민규가 중앙선 부근에서 패스를 받은 뒤 재빨리 측면의 손흥민에게 먼 거리 전진패스를 연결하고, 손흥민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나왔다. 손흥민이 과거 토트넘홋스퍼 단짝 파트너 해리 케인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과 판박이였다. 이미 일부 축구팬들은 코리안 케인을 줄여 코케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주민규의 A매치 데뷔골은 김 감독의 국가대표 임시감독 데뷔전에서 나와 더 뜻 깊다. 둘은 2019년 울산HD(당시 울산현대)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다.
주민규는 프로 경력을 미드필더로 시작했다가 공격수로 전향해 대기만성한 선수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유독 K리그 득점왕 출신의 지도를 많이 받았다. 임근재 당시 대신고 감독이 그랬다. 또한 임 감독 아래에서 먼저 수학한 동문 선배이자, 제주유나이티드 코치로 주민규를 지도했던 정조국 전 코치 역시 득점왕 출신이다.
2019년 서울이랜드FC를 떠나 처음 K리그1 팀으로 갈 때 울산으로 이적했는데 이는 주민규가 '공격수 출신 감독에게 지도받고 싶다'는 점을 이적팀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김 감독은 2005년 당시 K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세웠던 전설적인 K리그 스트라이커였고 국가대표팀에서도 황선홍, 최용수와 주전경쟁을 벌였던 엘리트였다.
울산 시절 주민규는 김 감독에게 공격수 과외를 받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준우승 징크스를 넘지 못해 물러났지만 공격력이 좋은 축구를 구사했고 특히 주니오 등 스트라이커들의 기량을 극대화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주민규는 2019년 한해 동안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제주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가 김 감독이 떠난 뒤에야 울산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그는 김 감독과 악연이 아니라 많은 걸 배운 사제관계로 기억한다.
"울산 처음 합류했던 동계훈련 때 저에게 수비수 역할을 시키면서 직접 많은 시범을 보여주셨어요. 팔을 잘 써야 된다, 크로스가 올라오면 이렇게 빠져나가야 된다 등 진짜 노하우를요."
황선홍에 이어 김도훈까지 두 임시감독이 주민규를 잘 활용하면서 아시아 무대에서 통한다는 건 더 증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이미 대표팀 정착을 시작한 이상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주전 경쟁을 벌일 자격은 갖췄다. 앞으로 3차 예선과 평가전을 통해 한층 강한 상대와 국제경험을 쌓으며 월드컵 본선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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