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소'는 실패했지만, 이 사람 뚝심이 만들어낸 결과물
[김상화 기자]
▲ 그룹 아르테미스(사진 왼쪽), 트리플에스 |
ⓒ 모드하우스 |
지난해 활동을 멈춘 12인조 걸그룹 이달의 소녀(약칭 '이달소')는 기존 K팝 시장에서 독특한 존재로 눈길을 모았던 팀이었다. 12명에 달하는 대형 인원 편성뿐만 아니라 정식 데뷔에 앞서 약 2년에 걸친 멤버 전원의 솔로 및 유닛 그룹 데뷔가 병행되는 등 엄청난 물량 공세로 차별화를 도모했다.
비록 소속사와의 계약 분쟁 및 관련 소송으로 인해 이달소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당시 추진되었던 세계관을 비롯한 다채로운 콘셉트는 최근 2개의 각기 다른 그룹을 통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이달소' 프로젝트의 초창기 기반을 다졌던 기획자이자 현재 모드하우스를 이끌고 있는 정병기(제이든 정) 대표가 프로듀싱한 아르테미스(ARTMS), 트리플에스(TripleS)가 그 주인공이다.
아르테미스가 이달소 멤버 5인 조합으로 재탄생한 데 반해 트리플에스는 24인조라는 역대 최다 멤버 구성과 제각기 다른 유닛을 선공개하는 등 이달소가 진행해 왔던 활동 방식을 업그레이드로 수용하며 K팝 팬들을 착실히 끌어 모으고 있다. 어찌 보면 한 기획자의 우직한 뚝심이 아니었다면 결코 쉽게 이뤄지지 못했을 법한 흥미로운 시도가 이제야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 아르테미스 'Virtual Angel' 뮤직비디오 |
ⓒ 모드하우스 |
아르테미스(희진-하슬-김립-진솔-최리)는 이달소 핵심 멤버 5인으로 구성된 신인 아닌 신인 그룹이다. 전 소속사와의 계약 분쟁 및 관련 소송 등 어려운 시기를 거친 이들이 새 회사에 둥지를 틀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재출발을 단행했다. 그런데 아르테미스의 정식 데뷔 과정은 기존 이달소 때와 유사하다.
이달소 시절 많은 사랑을 받았던 3인조 유닛 '오드 아이 서클'(Odd Eye Circle)의 재출범(2023년 7월)으로 본격적인 출발의 서막을 알린 데 이어 멤버 하슬과 희진은 각각 솔로 싱글과 EP를 발표했다. 뒤이어 올해 3월부터 5인조 완전체 조합으로 선공개 싱글을 하나둘씩 내놓는 등 탄탄한 사전 준비과정을 거쳤다.
지난 5월 31일 과감하게 정규 음반 < DALL >의 발표와 더불어 정식 데뷔에 돌입한 아르테미스의 신곡 'Virtual Angel'은 지난 몇 년 사이 해외 음악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복고풍 신스팝 성향의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운 댄스곡이다. 갑작스런 섬광 효과와 빠른 편집으로 완성된 뮤직비디오에 대한 호불호는 존재했지만, AI와 가상현실이 각광받는 시대상을 적절히 반영한 비주얼 및 가사는 이 팀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청신호를 켜고 있다.
▲ 트리플에스 'Girls Never Die' 뮤직비디오 |
ⓒ 모드하우스 |
트리플에스는 등장부터 화제를 모은 팀이다. 무려 24명이라는 전무후무한 인원수, 총 2년에 걸쳐 공개한 어셈블로 불리는 소규모 단위 유닛 중심의 활동 등은 기존 '이달소'의 전략을 뛰어넘는다.
"멤버 이름과 얼굴 하나하나 익히기 쉽지 않겠다"라는 기존 K팝 팬들의 냉소적 반응도 존재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늘 양질의 결과물을 내밀었던 트리플에스는 지난 5월 8일 완전체 첫 음반 < ASSEMBLE 24 >을 통해 비로소 결실을 맺고 있다.
타이틀곡 'Girls Never Die'는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각종 음원 순위에 진입해 선전을 펼치고 있다. 다인원 그룹의 강점인 화려한 군무는 마치 Mnet <스트릿우먼파이터> 시리즈의 메가크루 이상으로 시선을 압도했고, 듣기 편안한 멜로디가 강조된 악곡은 이들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던 대중들을 착실하게 자신들의 지지자로 만들었다.
▲ 아르테미스(사진 맨 위), 트리플에스 |
ⓒ 모드하우스 |
두 팀의 중심에는 앞서 소개한 정병기 대표가 존재한다. 과거 JYP, 울림엔터테인먼트의 A&R 업무를 담당하면서 인피니트, 러블리즈의 틀을 정립하는 데 큰 힘을 보탰던 그는 이달소 출범과 더불어 세계관 마련에도 많은 공을 들였던 인물이다.
비록 이달소 데뷔 후 방향성 문제로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긴 했지만 지금의 회사 설립 후 트리플에스 출범, 아르테미스를 통해 이달소 멤버들과의 재회로 잠시 미뤄왔던 자신의 그림을 차곡차곡 완성시키고 있다. 어찌 보면 트리플에스, 아르테미스는 'Girls Never Die'의 노랫말(끝까지 가볼래 포기는 안 할래)처럼 무모하지만 과감한 도전의 성과이기도 하다.
팬들의 투표로 활동에 나설 유닛 멤버를 정하는가 하면(트리플에스) 기존 그룹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계승하는 등(아르테미스) 정 대표는 이달소 당시 해왔던 작업, 못해본 작업들을 2개 팀을 통해 현실화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타 그룹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도모면서 소속 개별팀 고유의 색깔을 차곡차곡 마련한 것이다.
이밖에 BTS와의 작업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음악 프로듀서 엘캐피탄(EL CAPITXN)의 가세는 가장 중요한 음악적 테두리의 완성으로 연결되었다. 하이브를 비롯해 SM, JYP, YG 등 대형 기획사들의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방식의 제작 대신, 과감한 도전이 병행되면서 트리플에스, 아르테미스는 2024년 K팝 시장에 새로운 흥미를 안겨준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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