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판결 일주일만에, 최태원 회장이 대만 찾은 이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대만에서 웨이저자(魏哲家) TSMC 이사회 의장(회장)과 만났다. SK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고 7일 밝혔다. 최 회장은 웨이 의장에게 “인류에 도움되는 인공지능(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말했다. 이 자리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함께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데 이어 TSMC 수장도 만나면서 ‘하이닉스-TSMC-엔비디아’ 삼각 동맹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TSMC와 HBM4 개발을 위해 기술 협력을 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BM4는 6세대 HBM으로 HBM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SK하이닉스와 TSMC가 손을 잡고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HBM 개발을 위해서는 베이스 다이(HBM을 컨트롤하는 최하단에 위치한 기판) 성능 고도화 등 TSMC의 기술 협력이 필수적이다. 최 회장이 MOU 체결 두 달 여 만에 TSMC를 찾은 것은 이런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경쟁사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HBM4를 개발하고 있다.
최 회장의 이번 방문은 대만에서 이달 4~7일 열린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컴퓨텍스 2024’와 연계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처음으로 컴퓨텍스에 참가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더 파워 오브 AI(메모리, AI의 힘)’라는 주제로 부스를 꾸려 AI 서버, AI PC, 소비자용 SSD(cSSD) 3개 섹션으로 나눠 자사 AI 메모리를 전시했다. 지난 3월 메모리 업체 최초로 AI 반도체 시장의 큰 손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한 HBM 5세대 제품 HBM3E도 전시했다. SK하이닉스 부스에는 ‘엔비디아 파트너’라는 안내 팻말이 눈에 띄었다.
HBM4 개발에 있어 SK하이닉스는 TSMC·엔비디아와 공식적인 협력을 선언하며 ‘3자 동맹’을 맺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젠슨 황 CEO를 만나고 SNS에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사진에는 황 CEO가 최 회장에게 남긴 자필 메시지가 있었는데 ‘AI와 인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십을 위해!’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황 CEO는 TSMC에 대해선 지난 3월 “우리는 TSMC와 더욱 가까워져야 한다. 함께 성장하고, 성장하고,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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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판결 나온 지 일주일만
최 회장의 이번 출장은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가 나온 지 일주일 만이다. 최 회장은 이달 3일 이혼소송 판결 결과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엄혹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출장은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있어서 최 회장 본인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이달 말 열릴 예정인 SK그룹의 주요 연례행사 ‘확대경영회의’를 앞두고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점검했다는 의미도 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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