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1심 징역 9년6개월…"대북송금, 이재명 방북 사례금"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1심 법원이 징역 9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 전 부지사가 2022년 10월 14일 기소된 지 약 1년8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쌍방울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비 등을 대신 북한 측 인사에 지급했다는 점을 유죄로 인정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7일 외국환거래법 위반(대북송금),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9년6개월을 선고했다. 벌금 2억5000만원, 추징 3억20595만원도 명령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하면서 벌금 10억원 및 3억3400여만원을 추징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평화부지사로 대북사업 총괄에 위치하면서 1년7개월 동안 1억원에 상응하는 금품 수수, 평화도지사 재직 기간 중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사용해 1억여원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면서 “이런 범행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장기간 아무런 문제 의식이 없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환거래법 범죄의 경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중히 해야 하는데, 공적 지위 활용해 결국 북한에 자금을 지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그런데도 수사부터 재판까지 반성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부인하고 있다. 엄중한 처벌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쟁점이 됐던 대북송금의 경우 경기도가 지급해야 할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비를 쌍방울이 대납하려고 했다는 점을 모두 인정했다.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중 범죄 행위로 인정된 액수는 230만 달러이다. 이 돈의 목적에 대해서 재판부는 “경기도지사 방북 관련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돈이며, 사례금으로 보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 쌍방울이 경기도가 낼 스마트팜 사업비용을 대납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발언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일 피고인의 요청으로 김성태가 대납한 것이 아니라면 쌍방울이 갑작스럽게 대북 사업을 추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번복한 “도지사에게 쌍방울의 대납을 보고했다”는 진술에 대해서는 “이 사건과 무관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성태의 행동 동기로써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만 언급하고 더 이상의 판단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북 송금, 법인카드 등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방북비용 대납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뇌물 혐의 가운데 이 전 부지사가 킨텍스 대표 이사로 취임한 기간은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정된 뇌물 가액은 2억5900여만원 중 1억763만여원이며, 불법 정치자금은 3억3400여만원 중 2억1831억원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에 800만 달러를 밀반출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쌍방울그룹에서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제공받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게 하는 방식으로 3억3400만원의 정치자금(이중 2억6000만원은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은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에게 대신 전달해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과 공모해 거액의 달러를 신고와 허가도 없이 중국으로 밀반출해 금융제재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던 이 전 부지사의 대북 송금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유죄 판단을 내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제3자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 1심 재판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 1심 선고에 관한 입장 있나’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 공범으로 보고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 ‘대북송금 관련 추가 기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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