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지오' 고문 "영일만 석유 실패 가능성 80%, 남은 방법 시추뿐"
[조선혜, 김병기 기자]
▲ 경북 포항 영일만 심해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 Geo)사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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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즉슨 80%의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고문이 "80%의 실패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남은 방법은 시추뿐"이라고 7일 밝혔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아브레우 고문은 "한국석유공사가 처음 접촉해 이 프로세스가 진행됐다"며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해당 분지를 보면서 잠재력을 확인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정브리핑에서 "(지난해 2월)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인 미국의 액트지오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며 "최근 최대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액트지오는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암시하는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하고, 관련 입찰에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석유와 가스가 실존하기 위해 가져야 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굉장히 좁은 대륙붕 내 많은 모래가 들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또 저류층이 존재하느냐도 중요한 특징이고, 덮개암이라고 불리는 진흙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 경북 포항 영일만 심해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 Geo)사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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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가 이 분지를 살펴보니 덮개암과 저류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냈다"며 "이러한 분석 결과에 기반해 저희가 한국석유공사가 진행하는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게 됐고, 그때부터 이 프로세스가 시작됐다"고 했다.
다만, 또 다른 중요 요소인 '탄화수소'는 발견하지 못해 매장 확인 가능성과 관련한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저희가 이 분지에서 상당한 규모의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다는 사실을 아직 찾지 못했다"며 "이것은 즉, 리스크(위험)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계점을 설명하면서, 남은 방법은 '시추'라고 강조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7개의 유망구조에 탄화수소가 성숙할 수 있는 그런 이례(anomaly)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를 통해) 7개의 유망구조 내 35억~140억배럴에 해당하는 매장량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실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추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유망구조에 석유와 가스의 잠재적인 존재를 나타낼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판별했지만, 시추를 하지 않으면 그 리스크를 전부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남아 있는 마지막 방법은 시추"라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탐사 성공률 '20%'에 대해 높은 수준임을 주장하면서도, 실패 가능성이 80%에 이른다는 점도 언급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20%라는 성공률은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수치"라며 "비교해 설명하자면, 지난 20~25년간 발견된 유정 중 가장 큰 매장량이 가이아나에 있는 리자에서 발견이 됐는데, 당시 성공 가능성은 16%였다"고 말했다.
다만 "제가 유망성을 높게 판단을 했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좀 오해하면 안 될 부분은 2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즉슨, 80%의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의 성공률은 만약 5개의 유망구조를 도출해 이를 대상으로 시추한다면, 하나의 유망구조에서는 석유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정부 쪽은 시추 결과에 따라 탐사 성공률이 변동될 수 있다고 했다.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국내사업개발처 수석위원은 "현재 탐사 성공률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이용 가능한 획득한 탐사 자료를 기반으로 평가를 한 것"이라며 "추후 탐사 시추를 통해 추가 정보를 얻으면 탐사 성공률은 다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호주의 유력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Woodside)'가 관련 탐사를 철수한 것은 다른 회사와의 합병 이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곽 수석위원은 "2007년부터 10년간 탐사를 실시한 우드사이드도 저류층, 근원암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다시 한번 10년간의 탐사권을 시도했다"며 "그런데 2022년 3월 철수 의사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배경을 보면 BHP와 이미 합병 논의가 지속되고 있던 것으로 이해된다"며 "공식적으로는 2022년 6월 BHP와 합병했고, 2022년 7월 저희들이 공식 철수 의사를 수신받았다"고 덧붙였다.
▲ 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경북 포항 영일만 심해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 Geo)사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의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 회견 장면을 시민들이 시청하고 있다. |
ⓒ 권우성 |
그러나 앞서 우드사이드가 해당 탐사와 관련해 '장래성이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시사IN>은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영일만 일대 심해 탐사 사업이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다(no longer considered prospective)'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우드사이드 2023년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기자간담회 자리에선 액트지오의 본사 주소지가 개인 주택으로 표기돼 있는 데 대한 해명도 나왔다. 아브레우 고문은 "액트지오의 주소지로 나와 있는 곳이 저의 자택이 맞다"면서 "저희가 업무를 볼 때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카메라밖에 없기 때문에 저희는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규모 컨설팅 업체가 대규모 프로젝트 분석을 맡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고도 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이렇게 작은 소규모 업체가 대규모의 주요 프로젝트 분석을 담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소규모 컨설팅 리서치 회사는 실제 시추를 담당하는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거의 모든 관련 기업들은 데이터 해석을 위한 인력을 3~5명 정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액트지오의 연 평균 매출액이 3800만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70억 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회사가 관련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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