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 온상이 된 ‘학교’…‘사회비판적 메시지’ 앞세운 ‘10대 장르물’ 범람 [D:방송 뷰]
학폭 메시지 담은 '피라미드 게임' 등 OTT에서 인기 장르 된 10대 장르물
학교폭력부터 청소년 마약 문제까지, 10대들을 주인공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포착해 내는 드라마들이 늘고 있다. 색다른 장르적 재미를 끌어내거나 청소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며 호평을 받기도 하지만, 유사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쏟아져 흥미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2022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익숙한 좀비물의 문법에, ‘학교’를 배경으로 10대들이 주인공으로 나서 ‘신선함’을 유발한 작품이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의 이야기로 전개 자체는 여느 좀비물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럼에도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등 신선한 얼굴들이 교실과 강당, 급식실 등을 누비며 좀비와 맞서는 모습은 그 자체로 차별화가 됐고, 이후 이 장점을 활용한 ‘10대 장르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룹 워너원 출신 박지훈이 주인공으로 나서 ‘배우 가능성’을 입증한 웨이브 ‘약한영웅 class1’은 학교폭력을 소재로, 복수의 쾌감에 방점을 찍으며 10대 액션물의 재미를 선사했다. 이 외에도 마약을 소재로 한 ‘소년비행’ 시리즈, 죽은 쌍둥이 오빠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다 불공평한 세상을 마주하는 내용의 디즈니플러스 ‘3인칭 복수’ 등 다양한 10대 장르물들이 시청자들을 만났었다.
최근까지도 이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 마약 문제를 상기시킨 ‘하이쿠키’가 넷플릭스와 LG유플러스 모바일TV를 통해 공개돼 호평을 받았으며, 티빙 ‘피라미드 게임’은 학생들의 잔혹한 서바이벌을 통해 학교폭력 문제를 흥미롭게 풀어내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 작품은 배우 김지연을 필두로 장다아, 류다인, 신슬기 등이 새 얼굴들을 대거 기용해 ‘신선하다’는 평까지 받았다.
넷플릭스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상위 0.01%의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주신고에 비밀을 품은 전학생이 입학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라키’가 공개를 앞두는 등 신인을 캐스팅해 제작비에 대한 부담감은 줄이되, 익숙한 공간인 학교를 배경으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은유하는 것이 10대 장르물의 한 공식이 되는 모양새다.
다만 ‘하이라키’의 경우, ‘피라미드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설명으로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2022년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 이후 10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짚어내는 작품들이 이어졌지만, 학교폭력 또는 계급 문제를 은유하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보여준 작품은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학교폭력이나 10대 마약 문제 등 사회적 화두가 되는 문제를 다루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다. 다만 장르물 특성상 ‘극적인’ 전개로 흥미를 유발하는 과정에서 ‘10대들을 위한’ 10대 장르물이 드물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자아낸다. 10대들이 장르물의 주인공이 되면서, 학업 스트레스 또는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 등 소소한 문제로 공감을 끌어내는 하이틴 드라마는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작품의 메시지와는 별개로, ‘피라미드 게임’ 속 게임을 따라 하는 청소년이 등장하는 등 ‘거침없고’, ‘자극적인’ 전개에 대한 부작용도 없지 않다. ‘피라미드 게임’ 공개 이후 전북교육청은 “티빙 드라마 속 피라미드 게임과 같은 놀이가 일부 학교에서 유행하고 있다”며 “예방 차원에서 도내 모든 학교에 관련 가정통신문 발송을 요청했다”며 가정통신문을 배포했었다.
이에 박소연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학폭이 정당화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겠다는 원칙하에 드라마를 만들었다”며 “캐릭터들의 심리 변화, 학폭에 대한 어른들의 무관심을 전달해 학폭의 심각성을 보여주려 했다”고 작품의 본 메시지를 강조했으나, 10대들이 주인공이 되는 작품에선 더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도 동시에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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