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니 모레티 감독의 영화 여정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데스크 2024. 6. 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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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베니니, 잔니 아멜리오, 난니 모레티는 오늘의 이탈리아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들이다.

그중에서도 난니 모레티는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이탈리아 영화인들의 존경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은유, 시대에 대한 은유가 녹아져 영화는 헝가리 혁명이라는 저항과 비판으로 역사와 예술을 연출한 조반니 그리고 난니 모레티 감독의 성찰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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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찬란한 내일로’

로베르토 베니니, 잔니 아멜리오, 난니 모레티는 오늘의 이탈리아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들이다. 그중에서도 난니 모레티는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이탈리아 영화인들의 존경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배우, 각본, 제작은 물론 극장주와 배급까지 겸하는 1인 제작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영화인으로도 유명하다. 혁명적 열기가 유럽대륙을 휩쓸었던 1960년대에 10대를 보낸 모레티는 영화를 시작했던 초기부터 전통적 서사를 벗어난 반자연주의적 화법에 몰두했으며 현실 비판적인 문제를 영화에 담아왔다. 2001년 영화 ‘아들의 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한 모레티 감독의 영화 ‘찬란한 내일로’가 최근 개봉했다.

영화는 명망 있는 영화감독 조반니가 5년 만에 새 영화 촬영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1950년대 헝가리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제작자는 파산 직전에 있고 40년을 함께한 아내마저 이혼 선언으로 그를 혼란에 빠트린다. 조반니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자신이 사랑해 온 모든 것들이 위태롭다고 느끼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 불행한 세상 속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는 자기 반영을 담고 있다. 영화에는 이탈리아의 정치, 사회적 모순을 비판한 모레티의 일관된 메시지가 녹아 있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조반니 캐릭터를 난니 모레티와 겹쳐 관람할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서 감독 조반니가 촬영한 1956년 헝가리 혁명의 시기는 헝가리 국민들이 억압적인 공산주의 정권에 맞서고 새로운 자유를 갈구하던 때였다. 스스로에 대한 은유, 시대에 대한 은유가 녹아져 영화는 헝가리 혁명이라는 저항과 비판으로 역사와 예술을 연출한 조반니 그리고 난니 모레티 감독의 성찰을 담았다.

제작하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요소를 바탕으로 하여 주인공 조반니를 모레티 감독이 직접 연기했다. 조반니가 영화를 만들며 겪는 고충과 인간적인 고민은 실제 모레티가 느끼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공개하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시대의 변화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예술관 가운데서 갈등하는 조반니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위기를 거쳐 결국 넷플릭스와 만나게 되는 에피소드는 현대 영화계를 향한 풍자이며 비판적 시각을 보여준다.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영화 ‘찬란한 내일로’는 영화의 화려한 장면과 주요 캐릭터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더욱이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도가 작품 속 내내 지속되며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계속되는 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조반니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이 인생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예술의 형태도 크게 변화되었다. 음악과 같은 청각 중심에서 영화와 드라마와 같은 시각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각 예술인 영화나 드라마의 전달 매체에도 큰 변화가 왔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극장 중심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전달 채널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극장 채널에 의존하던 영화인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변화는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고 우리는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영화 ‘찬란한 내일로’는 넷플릭스 매체의 등장이라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고뇌하는 영화감독 조반니를 통해 우리에게 변화를 수용하고 변화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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