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성공률 20%는 높은 수준…세계 최대 가이아나 16%였다"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입을 열었다. 아브레우 고문은 7일 기자회견에서 “20%의 성공률은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이라며 ”유망성이 상당히 높아 세계적인 석유 관련 회사들이 주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브레우 고문은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영일만 석유’를 둘러싸고 불거진 의혹에 답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동해 심해 지역에 부존돼있을 가능성을 발표한 이후 신뢰도와 가능성을 놓고 ‘물음표’가 더해져 왔다.
의혹은 크게 네 가지다. 아브레우 고문에 앞서 동해 심해탐사를 진행한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인 우드사이드에너지는 장래성이 없다고 보고 철수했다. 또 정부는 매장량이 최대 140억 배럴이라고 했지만, “액트지오의 탐사 심층 분석 결과”라는 답변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근거는 공개된 바 없다. 20%의 성공 가능성도 이유가 제시되지 않았다. 액트지오의 사무실이 개인 주택이라는 점을 근거로 믿을 수 있는 회사인지 의혹이 제기됐다.
①호주 우드사이드에너지 철수
우드사이드에너지는 2007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동해 8광구와 6-1광구에 대한 물리 탐사를 진행했다. 해당 광구는 정부가 대규모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위치다. 그러나 2022년 3월 우드사이드에너지는 철수 의향을 표시하고 지난해 1월 철수했다. 당시 이 회사는 “더는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아브레우 고문과 석유공사는 분석의 근거가 된 자료 범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드사이드에너지 철수 이후 석유공사는 자체 대규모 3D 탐사를 진행했다. 이전 탐사 자료에 3D 탐사 자료까지 더해 액트지오가 추가 분석을 진행한 결과인 만큼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심해 지역에 대한 추가 시추(2021년 방어) 자료까지 더해졌다. 아브레우 고문은 “3개의 심해 시추공(주작·홍게·방어)을 분석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했다. 각각의 시추공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지 못하면 이 프로젝트의 리스크(위험)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곽원준 석유공사 수석위원은 “우드사이드는 대규모 3D 탐사를 해놓고 충분한 평가를 하기 전에 철수 의사를 밝혔다”며 “철수 이후 석유공사는 분지 전체를 3D로 볼 수 있는 탐사 자료를 마련했고, 2021년 단독으로 시추까지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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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20% 성공 가능성의 의미는
실제 석유·가스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선 시추를 해야 하는데 1구 시추에 1000억원이 든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데 정부는 “20% 가능성”만 밝혔을 뿐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아브레우 고문은 ”성공률은 20%가 맞다.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을 의미한다“며 ”엑손모빌 재직 중 참여했던 가이아나 리자 프로젝트의 성공률이 16%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해 심해는) 가이아나와 비슷한 유형의 트랩과 제반요인을 갖추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21세기 들어 발견된 최대 심해 유전 가이아나의 발견 자원량은 110억 배럴 규모다.
그러면서 “20%의 성공률은 5개 유망구조를 도출해서 시추한다면 1개의 구조에선 석유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저희는 7개의 유망구조를 도출했고, 앞으로 유망구조를 더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유망구조는 석유·가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층 구조다.
조심스러운 반응도 내비쳤다. 아브레우 고문은 “리스크를 다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20%의 성공 가능성은 80%의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며 “유망구조의 존재와 가능성이 있는 여러 요소를 판별하긴 했지만, 시추를 하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제 남은 마지막 방법이 시추”라고 밝혔다.
③탐사자원량 최대 140억 배럴 근거는
정부와 석유공사, 아브레우 고문 등에 따르면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해저 지형에 모래(저류층)와 석유 위를 덮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진흙(덮개암)이 가득 차야 한다. 바닥 지형을 받쳐주는 기반암과 돔 형태로 석유 유출을 막는 트랩의 존재도 석유 매장을 암시하는 요소다. 아브레우 고문은 “이전에 시추한 3개의 유정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4가지 요인(저류층·덮개암·기반암·트랩)이 있음을 확인했고 입증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정 매장량을 판단할 때 암석 품질을 따지는데 이에 대해서도 고려했다”며 “최대 규모 140억 배럴은 암석 내에 추정 가능한 범위에서 가장 많은 공간이 있을 때”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이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기존의 시추공(3구)을 통해 석유 시스템을 구성하는 여러 지질학적 요인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된 상황”이라며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에 아브레우 고문과 액트지오의 발표 내용에 대해 검토한 결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결과가 도출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④액트지오의 신뢰도는
아브레우 고문과 그가 설립한 액트지오에 대한 의혹에 대한 해명도 나왔다. 회사 주소가 미국 휴스턴의 가정집으로 돼 있는 데다 임직원 수가 10여명에 불과해 분석 결과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아브레우 고문은 액트지오의 주소는 자신의 자택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업무에 필요한 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카메라밖에 없다. 현재 14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우리 팀은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등 전 세계에 있다”며 “소규모 업체가 주요 프로젝트의 분석을 담당하는 건 이 산업의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곽원준 수석위원은 “2023년 심해 종합평가를 위해 4개의 업체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진행했고, 기술과 가격평가 결과에 따라 액트지오를 공정하게 선정했다”며 “광구의 유망성 등 이런 기밀을 여러 업체에 알릴 수는 없기 때문에 심해 지역 최고 기술전문 업체 한 곳을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 여전…시추해봐야 결론
이날 1시간20분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석유와 가스의 매장이 확실한지, 경제성이 충분한지에 대해선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는 풀이가 나온다. 아브레우 고문이 10여 차례에 걸쳐 리스크를 언급한 만큼 바닥을 뚫어보는 시추를 하기 전까진 확실하지 않아서다. 리스크를 말하면서 아브레우 고문은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다는 사실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탄화수소는 석유를 의미한다. 이전 과정에서 석유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만큼 시추를 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확률은 자료를 근거로 경험상 추정한 숫자다. 물리 탐사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사실 100(나온다) 아니면 0(안 나온다)”이라며 “확률이 5%라고 해도 석유가 나올 수 있고, 20%보다 높다고 해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시추하기 전까지는 확실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권을 구매해야 당첨 가능성이 생기듯 시추는 적극적으로 해야겠지만 자칫 정치적 영역으로 평가될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아브레우 고문은 안덕근 산업부 장관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아브레우 고문은 “과도한 논란이 프로젝트 추진에 지장이 될 것을 우려하면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탐사 개발 방안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안 장관이 그에게 성공적 탐사를 위한 지속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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