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넘어, 미래로”…팬텀, 55년간 전역장 받고 마지막 비행
“전설을 넘어, 미래로”
‘미그기 킬러(MiG Killer)’, ‘하늘의 도깨비’ 등으로 불리며 55년간 대한민국 영공을 지킨 F-4 팬텀 전투기가 7일 퇴역식을 끝으로 임무를 마쳤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마지막 팬텀 기체에 이 같은 문구를 직접 쓰며 그동안의 공로를 치하했다.
공군은 이날 경기 수원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F-4 팬텀 퇴역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신장관 외에 이영수 공군참모총장과 역대 공군참모총장, 강신철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강호필 합동참모차장,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팬텀 전·현직 조종사·정비사 등이 참석한 이 자리에선 팬텀과 그의 후배 전투기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퇴역식은 국민의례 후 신장관의 출격 명령으로 본격 시작됐다. “팬텀 01, 02! F-4 팬텀의 마지막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복귀하기 바랍니다. 팬텀 01, 02 출격”이라는 신장관의 지시에 팬텀 2대가 이륙했다. 이 중 1대엔 정글 무늬가 새겨졌다. 한국 공군 팬텀의 역사적 의미를 더하기 위해 연회색 도색 등 과거 모습을 복원한 것이라고 공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군과 팬텀의 인연은 1969년 8월 미국의 군사원조를 통해 들여온 F-4D 6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75년 F-4E 5대를 추가로 들일 땐, 국민이 십시일반 모은 방위성금 163억원 중 71억원이 투입됐다. 최대 190대에 달했던 한국의 팬텀 계열 전투기는 순차적으로 퇴역해 이날까지 F-4E 약 10대가 남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F-4D 5대에 붙인 ‘필승편대’라는 이름은 제153전투비행대대 소속의 마지막 남은 F-4E 4기 편대로 이어졌다.
1960~70년대 팬텀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세계 최강 전투기였다. 한국은 미국·영국·이란에 이어 네 번째로 팬텀 보유국이 되면서 북한을 압도하는 공군력을 지니게 됐다. 북한은 '팬텀이 떴다' 하면 도깨비 같은 위용에 짓눌려 좀처럼 비행기 자체를 띄우지 않았다고 한다. 냉전 시기 팬텀은 동해에서 옛소련 전력과 맞설 정도였다. 1983년과 84년 각각 TU-16과 TU-95 폭격기를, 84년 핵잠수함을 차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1998년 2월엔 러시아 IL-20 정찰기에 대한 전술 조치도 했다.
팬텀이 마지막 비행에 나선 사이 전·현직 임무 요원에게 감사장이 수여됐다. 1969년 F-4D 첫 도입 당시 조종사와 정비사로 활약했던 이재우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 이종옥 예비역 준위가 팬텀 전력화에 기여한 초창기 임무 요원을 대표해 감사장을 받았다. 또 공군 10전비 김도형 소령과 강태호 준위에게는 팬텀 퇴역 시까지 조종과 정비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공로로 국방부 장관 표창이 수여됐다. 이재우 교수는 “당시 최신예 팬텀을 타고 공중급유를 받으며 대구기지 활주로에 안착시킨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요동친다”고 회고했다.
팬텀 2대의 비행을 마친 조종사들은 신장관에게 임무 종료를 보고한 뒤 팬텀의 조종간을 증정했다. 신장관은 전투기 기수에 축하 화환을 걸고 명예 전역장을 수여했다.
이후 F-16, KF-16, FA-50, RF-16, F-15K, F-35A 등 후배들의 축하비행이 이어졌다. F-16이 55발의 플레어를 발사하자 KF-16 6대와 FA-50 5대가 등장했다. 이들 숫자는 팬텀이 영공을 지킨 55년의 세월, 1969년 최초 도입한 6대와 1975년 인수한 방위성금 헌납기 5대를 각각 상징했다. 마지막으로 팬텀과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 3대가 축하비행의 대미를 장식했다
신장관은 “팬텀과 함께한 지난 55년은 대한민국 승리의 역사였다”며 “자유세계의 수호자인 팬텀이 도입되자 대한민국은 단숨에 북한의 공군력을 압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팬텀은 죽지 않고 잠시 사라질 뿐”이라며 “대한민국 영공수호에 평생을 바친 팬텀의 고귀한 정신은 세계 최고 수준의 6세대 전투기와 함께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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