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고전파, LoL 최초의 전설이 되다

윤민섭 2024. 6. 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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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이 말하는 은사·라이벌·동료

‘솔랭 고수 고전파’가 전설의 전당 1호 헌액자가 되기까지,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이 혼자만의 힘으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그가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에서 가장 명예로운 선수이자 최초의 명예로운 선수가 되기까지에는 은사와 여러 라이벌, 전 동료들의 공이 있었다.

이상혁은 자신의 은사(恩師)로 현재 팀 감독이기도 한 김정균 감독을 꼽았다. 그는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전설의 전당 헌액 기념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김 감독과 같이 활동했다. 감독님의 행동 하나하나에 영향을 많이 받고 습득했다. 저로서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된 자양제가 됐다”고 말했다.

라이벌 선수로는 ‘쵸비’ 정지훈을 지목했다. 이상혁은 “프로 생활을 하면서 라이벌이 많았다. LoL e스포츠가 생긴 지 얼마 안 돼 라이벌이 자주 바뀌는 시기가 있었다. 누구 하나를 고르기가 어렵다”면서도 “최근에는 T1과 젠지가 리그에서 자주 많이 만난다. 그 과정에서 저와 상대로 만나는 ‘쵸비’ 선수가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팀원으로는 현재 동료들을 골랐다. 이상혁은 “지금 팀원들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다. 선수마다 개성이 있다. 오랫동안 같이 하다 보니까 정도 많이 들었다”면서 “올해 이들과 많은 업적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돈을 좇던 18살의 고전파…이제는 팬과의 동반 성장이 최우선 목표

이상혁은 “처음에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선수 생활의 원동력이었다. 18살에 데뷔했는데 월급을 200만원씩 받아서 너무 좋았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요즘에는 그런 것들보다 팬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동기부여다.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게 흔치 않은 일이고, 오랫동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내 최고 선수다운 금전적 대우를 받게 됐다. 부유해진 이후 그의 원동력은 돈에서 명예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팬과의 상호교감을 최우선 순위로 두게 됐다. 이상혁은 “처음에는 돈이었다면 나중에는 명예를 원했다. 지금은 팬들을 위한 자아실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게이머로서 가장 큰 명예라고 한다면 당연히 우승이다. 또한 대중들로부터 선수로서의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 명예”라면서 “그런 평가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이 평가하는 나, 스스로 얼마나 만족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혁은 “작년에 스스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책을 읽고 어떤 가치관이 중요한가를 생각했다. 돈이나 명예 같은 것들은 상시적이고, 그걸 좇다 보면 더 큰 돈과 명예를 좇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좋아하는 건 배움과 성장이다. 제게 의미 있는 것 중 하나는 많은 팬분들이 저를 통해 배우고 성장했으면 좋겠다. 또한 게임이라는 매체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메시지를 준다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면서 “저는 좋은 영향력을 펼칠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생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LoL은 인생 멘토

12년 전 이상혁과 LoL은 서로가 필요했다. 선수는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이 필요했고, 게임은 스타 플레이어와 e스포츠의 아이콘을 원했다. 양 쪽 모두 상대방이 원하는 걸 충족시켰다. 현재는 서로가 감사하고 예우하는 과정에 다다랐다.

이상혁은 “내게 LoL이란 삶을 배우는 계기”라면서 “LoL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상혁은 “많은 분께서 10년이면 길다고 하시는데 나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길다”면서 “짧은 순간 동안 깊고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삶을 배운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학창시절에는 제가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꿈도 못 꿨다. 많이 하다 보니까 되더라”라며 “이렇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저의 생각을 진솔한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게이머로 생활하다 보면 선수들과 (경기) 피드백도 해서 얘기할 기회가 많다. 저는 어렸을 때 대화를 잘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대화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이상혁은 “역경이나 문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법도 배웠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내가 왜 게임을 잘하고 우승을 많이 하는 건지 고민하면서 자기객관화가 많이 됐다. 메타 인지 능력도 늘었다.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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