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엔비디아·TSMC 삼각동맹…이재용은 미 대륙 협력 횡단

김평화 2024. 6. 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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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대만서 TSMC와 회동
TSMC 밀착 관계 중요도 커진 SK하이닉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주간 미국 출장
퀄 테스트 진행 HBM3E 사업 직접 챙기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만 TSMC와 회동에 나서면서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웨이저자 TSMC 회장까지 만나면서 AI 반도체 '설계-메모리 공급-생산'이라는 3사 협력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확대가 절실한 삼성전자도 제품 공급을 위해 미국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 총수 간 경쟁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TSMC와 밀착 강화하는 SK

최 회장은 지난 4월 미국에서 엔비디아와 회동한 데 이어 6일 대만을 찾아 웨이저자 회장을 만났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고 있고, TSMC가 SK하이닉스 HBM을 포함한 엔비디아 AI 가속기를 위탁 생산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만나 사업을 구체화하고 미래 전략을 논의한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주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인 컴퓨텍스 2024에 참가한 점도 이번 만남 성사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와 TSMC의 밀착 관계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최 회장이 TSMC를 직접 찾았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현재 HBM은 5세대 제품인 HBM3E가 최신 버전이다. 내년엔 HBM4 시대가 열린다. HBM4부터는 제조 과정에서 일부 로직 공정이 포함된다. 메모리 사업을 하는 SK하이닉스로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와의 협력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지난 4월 HBM4 개발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과 웨이저자 TSMC 회장이 6일 대만 타이베이 TSMC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SK그룹]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사업도 하다 보니 HBM 생산 전반의 작업을 턴키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HBM 시장 선두를 지키려는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 지배력을 높이려는 TSMC 이해관계가 맞물려 이들의 밀착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최 회장은 4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CEO와 만난 사진을 올리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사진에는 황 CEO가 최 회장에게 남긴 자필 메시지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해당 글에는 최 회장의 영어 이름인 토니(Tony)가 적혀 있으며 'AI와 인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십을 위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3에 이어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 중인 상태다.

이재용, 엔비디아와 HBM 사업 논의 가능성

삼성전자는 HBM 공급처를 넓혀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엔비디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HBM3E 12단 제품의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 중인 상황으로,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 회장이 직접 황 CEO와 만나 HBM 사업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 직후 출국해 미국 뉴욕과 워싱턴DC 등 동부뿐 아니라 서부의 실리콘밸리까지 아우르는 출장을 소화하고 있다. 현재 일정의 3분의 1을 진행한 상황으로, 이 가운데 4일(현지시간)엔 미국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 분야 및 갤럭시 신제품 판매 등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사와스시 관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5월 미국 사와스시 내부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 [사진출처=사와스시 SNS 계정]

이 회장은 이달 중순까지 매일 분 단위로 쪼개진 30여건의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황 CEO와의 친분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와 만날 가능성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해 관련 실적을 늘리는 것이 삼성 반도체 주요 과제로 떠오른 만큼 이 회장이 직접 해당 사업을 챙기기 위해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미국 출장 일정을 소화하면서 황 CEO와 실리콘밸리 일식당에서 회동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실적이 곧 메모리 실적으로 연결되다 보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HBM 사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고 회장들까지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내년에도 HBM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경쟁 상황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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