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헐값 매각됐던 가이아나 광구와 닮은 동해 석유·가스전[韓, 산유국의 꿈]

정동훈 2024. 6. 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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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시추 비용도 수백조 필요할 듯

동해 석유·가스전 사업 비용이 최소 10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가이아나 스타브룩(Stabroek) 유전 사업 개발 비용을 감안한 수치다.

포항 영일만 앞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兆 FPSO 수십척 필요…개발 비용 수백조 예상

동해 석유·가스전 사업은 21세기 들어 가장 큰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스타브룩 유전 사업과 닮았다. 동해 석유·가스전은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거리, 해저 1000m이상의 심해 지층을 뚫어 유전 개발에 나서야 한다. 가이아나 스타브룩 유전도 수심 1.5㎞ 이상의 초심해 지역에서 1000~6000m 지층을 뚫고 내려가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고 있다. 석유를 생산하는 지층들은 일반적으로 1㎞에서 4㎞ 사이의 깊이에서 발견된다. 가스층은 보통 6㎞ 이상 깊이에 있다. 모든 부수비용을 고려할 때 해상시추는 가장 비싼 육지 시추보다도 4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심해 유전 개발에는 어떤 인프라가 필요할까. 부유식 석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부유식 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 등이 우선 필요하다. FPSO나 FLNG는 시추한 석유나 가스를 저장하고 옮기는 역할을 한다. 시추 센터 혹은 플랫폼으로 불리는 부유식 시추 장비는 해저 깊숙이 시추 파이프라인을 집어 넣어 수천m 지층을 파내고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뽑아올린 석유·가스로 비워진 지층 공간에 다시 물과 가스를 채워 회수율을 높이는 물·가스 주입 설비, 추출한 천연가스를 다시 지상으로 보내는 가스 수송 파이프라인 등 수많은 설비가 필요하다. 스타브룩 유전은 현재 발견한 대형 유정만 35개에 이르는데 유정 하나의 프로젝트에만 10조원 안팎의 개발비가 들어가고 있다.

가이아나 유전사업에는 엑슨 모빌과 헤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이 참여했다. 현재 확정된 6개 프로젝트에 548억 달러(약 75조 3500억원)를 투자했다. 총 35개의 유정이 발견돼 개발이 시작된 만큼 향후 10~2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추가로 가동된다면 투자금액은 수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달러’ 헐값 광구의 반전

현재 시추 기술이라면 심해 유전인 동해 석유·가스전 역시 경제성을 따진 후 상업 생산에 도전해 볼만한 하다. 실제 시추를 통해 추정한 ‘매장량(Reserves)’과 탄성파 측정만으로 관찰한 ‘탐사자원량(Prospective Resources)’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가이아나 유전의 매장량은 110억 배럴, 동해 석유가스전의 탐사자원량은 최대 140억 배럴로 비슷한 규모다.

수십년간 탐사를 통해 발견하지 못했던 광구를 엑슨모빌 혹은 엑슨모빌 출신에 의해 발견하거나 자원 부존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닮은꼴이다. 스타브룩 광구는 미국 셸 등 글로벌 기업들이 1975년과 2014년 사이에 40차례 이상 연안 유전 탐사에 나섰지만 실패한 바 있다.

2014년 셸은 10년이상의 탐사 실패 끝에 이 지역 탐사권을 엑슨모빌에 단 1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엑슨모빌은 광구 개발 파트너 기업을 모집했으나 2개 회사만 관심을 보이며 국제 석유시장에서 외면을 당했다. 엑슨 모빌은 스타브룩 내 ‘리자(Liza) 유정’ 발견을 발표했다. 현재 스타브룩 광구에는 노르웨이와 영국의 매장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110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데 엑슨모빌이 채굴을 주도하고 있다.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가치다. 동해 석유가스전의 물리 탐사 자료 분석에 참여한 석유 탐사 기업 ‘액트지오’의 소유주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는 엑슨모빌 재직 당시 가이아나 광구 탐사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여름~가을철 태풍 등 자연재해 탓에 동해 석유가스전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가이아나 유전 역시 허리케인 문제를 안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상업 생산에 들어간 가이아나가 자연재해로 인한 석유 유출 등 환경·안전 문제에 대한 대처 방식을 관찰할 필요도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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