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너무 올랐다…중형주 주목하라는 월가

쉼 없이 달려온 빅테크, 올해 S&P500 상승률 주도
금리인하 가시화할 경우 중형주로 랠리 확산 기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하반기부터 중형주가 본격적인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주가가 과열된 빅테크보다 중형주가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시티은행은 최근 "미 주식 시장이 하반기에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대형주에서 중형주로 랠리가 확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견조한 경제 성장 등에 힘입어 중형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올 들어 S&P500지수는 약 12% 뛰었지만, 상승분의 대부분은 빅테크가 주도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플랫폼, 아마존닷컴 등 4개 상위 종목이 올해 S&P500 전체 기업 수익률의 56%를 차지했을 정도다.

반면 S&P500 동일가중(Equal Weight) 지수는 약 4%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구성종목의 지수 편입 비중을 동일하게 구성한 것으로, 빅테크에 비해 중·소형주들이 AI 물결에 따른 미국 증시 랠리의 수혜를 덜 입었음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빅테크가 쉼 없이 달려온 만큼 이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형주를 헤지(위험회피)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시티그룹을 비롯한 월가의 제언이다.

시티그룹은 AI 관련 중형주를 주목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전력, 로봇, 약물 발견, 사이버보안, 의료장비 등 부문을 꼽았다. 중형주 종목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아이셰어즈 러셀 미드캡 ETF(IWR), 뱅가드 미드캡 ETF(VO) 등이 있다. 최근에는 터치스톤 미드캡 펀드(TMAPX)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이르면 오는 9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중형주 낙관론을 더하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중형업체들의 자금 조달 및 재융자가 상대적으로 용이해진다. Fed의 피벗(pivot·방향전환) 기대감이 확산했던 지난해 11~12월 ‘에브리싱 랠리’의 최대 수혜자가 중형주였던 이유다.

마켓워치는 "금리 인하에 맞춰 중형 배당주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고금리 장기화 시기에는 안전 자산인 미 단기 국채 등 투자로도 5%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중형 배당주가 매력적이지 못한 편이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 S&P400 배당 귀족주 지수가 옥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매체는 최근 5년간의 평균 배당 증가율 등 기준을 적용해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윌리엄스소노마, 로우스, 칼라일, 웨스트레이크, 베스트바이 등 배당주 24개 종목도 추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상대적 약세를 보여왔던 기업들에 대한 매수를 준비하고 있다"며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잘 갖춘 기업들을 가려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