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이 양쪽에서 흔들자 나온 시원한 경기력... 적어도 아시아에선 '로베리'급 파괴력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손흥민과 이강인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버전의 '로베리(로벤+리베리)'가 될 수 있다.

6일(한국시간)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5차전을 치른 한국이 싱가포르를 7-0으로 대파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한국은 3차 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준데에는 뛰어난 공수 밸런스, 그리고 강력한 측면 조합이 있었다. 한국은 이날 경기장을 넓게 쓰면서 상대 간격을 벌렸고, 이 공간을 활용해 득점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손흥민과 이강인을 양쪽에서 동시에 활용한 게 주효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시절 손흥민은 주로 왼쪽이 아닌 경기장 중앙을 누볐다. 황희찬이 왼쪽에 나서면 손흥민이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거나, 톱으로 올라갔다. 포메이션상 손흥민이 왼쪽에 설 때도 실제 경기에서는 중앙으로 들어와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왼쪽에서만 뛰며 상대 측면을 휘저었다. 후반전 황희찬이 투입된 뒤에도 손흥민은 중앙으로 가지 않고 왼쪽에서 머물렀다는 점이 이전과 차이점이었다.

이강인도 오른쪽에서 공격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손흥민이 폭발적인 스피드와 슈팅으로 상대를 흔든다면 이강인은 정교한 왼발 킥과 뛰어난 온더볼 능력으로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형이다. 전반 9분 이강인은 스텝오버로 상대 수비를 완벽하게 제친 뒤 오른발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전에도 오른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주민규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갈랐다.

무리하게 개인 플레이를 시도하는 모습도 줄었다. 클린스만 시절에는 이강인과 손흥민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다보니, 두 선수가 공을 오래 끄는 경우가 많았다. 돌파가 잘 되지 않는 날에는 대표팀 전체 공격력이 뚝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하더라도 세 번 이상 공을 끄는 경우가 적었다. 드리블이 막히면 무리하지 않고 동료들과 호흡으로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기술 좋은 윙어 두 명이 양 측면에 배치되자 상대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끌려나갔고, 전체적인 공간 활용도도 좋아졌다.

손흥민과 이강인 조합은 과거 바이에른뮌헨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진이었던 로베리(아르연 로번, 프랭크 리베리의 합성어)처럼 활용될 수 있다. 로번과 리베리는 2010년대 최고의 측면 듀오로 꼽힌다. 두 선수 모두 폭발적인 스피드에 득점력까지 갖춰 상대 팀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손흥민과 이강인 역시 드리블과 킥 양면에서 뛰어나다는 점이 로베리와 비슷하다.

물론, 싱가포르는 FIFA(국제축구연맹) 155위의 약체였다. 더 강한 상대로 테스트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보다 약팀이 많은 월드컵 예선에서는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