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평결, 정치적 행위" 또 트럼프 편든 푸틴, 브로맨스 부활?

"트럼프 기소 직접적인 증거 없이 이뤄져"
트럼프 유죄판결로 美입지 약화 노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평결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며 "미국이 자멸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6일(현지시간) CNBC,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수년 전에 일어난 사건에서 형성된 혐의를 근거로 직접적인 증거도 없이 이뤄졌다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명백하다"며 "미국 내부의 정치적 투쟁에 사법 시스템이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한 4건의 형사재판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정치적 박해"라며 옹호한 바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유죄 평결에 대해 "그곳(미국)에선 합법·불법적 수단이 동원된 정적 제거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단일 최대 무기 공급업체인 바이든 행정부가 실수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이 내부적으로 정치 시스템은 물론 민주주의 분야 글로벌 리더십을 그들 스스로 불태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는 "누가 이기든 중요하지 않다"며 "어느 쪽이든 미국의 대러 외교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작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는 미국 국민이 선출하는 어떤 대통령과도 협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CNBC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우호적으로 비쳤던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계는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재선되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던 점을 들어 두 사람의 '브로맨스'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보좌관을 맡았던 피오나 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을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약화하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기뻐서 손을 비비고" 있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해당 재판 선고는 오는 7월11일 예정돼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항소가 예상되지만,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