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캐나다도 금리내렸다…한국은 언제쯤

이창환 2024. 6. 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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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물가 불안한 한국은 4분기께 기준금리 인하 전망 우세
미국이 3분기 내리면 한국도 곧바로 따라 내릴 가능성

유럽과 캐나다 등 세계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물가안정 흐름이 확실해지는 4분기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3분기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다.

물가 안정되자 ECB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4.2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물가 급등으로 금리 인상을 시작했던 2022년 7월 이후 1년 11개월 만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이다. 한국(기준금리 3.50%)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금리 격차도 0.75%포인트로 줄었다.

ECB가 기준금리를 내린 주요 배경은 물가안정과 경기둔화 우려다. ECB는 통화정책 자료에서 "9개월간 금리 동결 이후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9월 회의 이후 물가상승률이 2.5%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인플레이션 전망도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10%를 넘어섰던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초 2%대 중반으로 내려왔고, 성장률은 1% 아래로 내려가며 경기둔화 우려까지 커졌다. 유로존에 앞서서 스위스와 스웨덴, 캐나다 등 주요국들도 물가가 안정되자 기준금리를 내렸다. 전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 늦어도 4분기에는 금리 인하 전망

미국보다 앞서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국가들이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소 늦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 물가가 안정되지 않은 데다 1분기 우리 경제가 깜짝 성장하면서 경기둔화 우려도 크지 않아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은 물가가 확실하게 둔화하는 모습이 보여야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3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가진 간담회에서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추세가 잘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전월 2.9%에 비해 소폭 둔화했다. 3.1%를 기록한 2월과 3월과 비교해서도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한은 목표치까지는 내려오지 않았다. 다만 한은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의 물가동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는 측면이 있다. 물가의 본격적인 안정은 아직 시간이 걸려 4분기에나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물가 안정이 예상보다 빨라 3분기에도 금리를 충분히 내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간의 월별 평균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경우 7월까지는 2% 후반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고 핵심 소비자물가는 9월부터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은 총재가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물가가 2%로 간다는 확신이 들어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오는 11월께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의 계절적 특성을 볼 때 3분기 2.4%까지 물가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며 "한은이 8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인하 예상 시점도 다소 차이가 있다. 지난달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보고서를 낸 IB 7곳 가운데 3곳은 3분기부터, 4곳은 4분기부터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시티, BNP파리바 등 3곳은 한은이 3분기 중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무라, 모건스탠리, JP모건, 소시에테제네랄 등 4곳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4분기로 봤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국 기준금리 인하시점도 중요 변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역시 큰 변수다. 우리 경제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미국이 먼저 기준금리를 내려야 우리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아직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불확실하고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도 2%포인트에 달하는데 우리가 먼저 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관측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오는 9월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64.9%로 봤다. 당초 2분기 인하 전망이 우세했는데 물가 불안이 지속되면서 인하 예상 시점이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미국이 9월에 금리를 내리면 한은이 10월이나 11월께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예상을 상회한 1분기 우리 경제성장률, 원화 약세 부담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4분기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 통화정책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한은이 미국보다 앞서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면서 우리도 4분기쯤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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