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용, 베테랑 제물로 재도약 기틀 마련할까?
[김종수 기자]
▲ 박준용(사진 오른쪽)은 스탠딩 상황에서의 포인트 싸움에 능하다. |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다음 달 21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있을 'UFC 파이트 나이트: 베가스 94'대회에 대한 국내 격투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무려 4명의 코리안 파이터들이 출격하기 때문이다. '아이언 터틀' 박준용(33·코리안탑팀), '코리안타이거' 이정영(29·쎈짐),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33·팀매드), '스팅' 최승우(32·코리안좀비MMA) 등이 그들로 하나같이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있다는 공통점이 돋보인다.
박준용(17승 6패)은 한국계 미국인 파이터 브래드 타바레스(36·미국)와 미들급(83.9kg) '코리안 더비'를 벌인다. 현재 그는 코리안 파이터 중 가장 UFC 톱15 랭킹에 가깝다. 지난해 12월 '세르지파누' 안드레 무니즈(34·브라질)에게 스플릿 판정패하며 랭킹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다수의 언론은 박준용이 이겼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어쨌든 패배는 패배다. 박준용은 4연승 중이었고 무니즈는 2연패 중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과였다. 하지만 UFC 데뷔 이래 10경기에서 7승 3패를 기록중인지라 여전히 체급 내에서는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옥타곤 무대 포함 연패가 한 번도 없는지라 타바레스를 상대로도 꾸준한 경기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펀처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박준용은 다양한 방식으로 승리를 만들 수 있는 선수다. 통산 17승을 넉아웃 5회(29%), 서브미션 6회(35%), 판정 6회(35%)로 고르게 가져간 것이 이를 입증한다. 박준용을 대표하는 주무기는 잽이다. 날카로운 잽으로 기선을 잡아가다가 상대방이 잽 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기회를 봐서 원투를 날리는 게 주 패턴이다.
타격을 보는 눈이 좋아 먼저 들어오는 상대에게 카운터 펀치를 꽂는 모습도 종종 보여 준다. 한방에 상대를 침몰시키려는 욕심에 지나치게 힘을 주거나 큰 궤적으로 펀치를 남발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정타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며 카운터 또한 큰 펀치보다는 짧지만 정확한 패턴으로 치는 편이다.
경험이 쌓여가면서 카프킥, 레그킥도 적절하게 사용해 주기 때문에 장기간 스탠딩 싸움이 전개돼도 좀처럼 포인트 싸움에서 밀리거나 흐름을 넘겨주지 않는다. 상대 입장에서 상당히 까다로운 유형의 파이터다. 카운터에 대한 박준용의 의지는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에서도 읽을 수 있다. 거기에는 만화 '더 파이팅'의 한 장면이 캡쳐되어있는데 '기억해둬. 카운터의 요령은 타이밍과 용기다'라고 적혀있다.
펀처형 스트라이커에 가깝지만 그래플링 역시 나날이 늘고있다. UFC 데뷔 경기였던 앤소니 에르난데스전에서는 그라운드에서 약점을 드러냈으나 이후 레슬링 훈련에 많은 시간을 쓰면서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이 상대를 넘겨뜨려 라운드 내내 상위에서 압박하는 플레이까지 가능해졌다.
이번에 맞붙을 타바레스는 UFC 미들급에서 검증된 베테랑이다. 2010년 디 얼티밋 파이터(TUF)를 통해 UFC에 입성해 꾸준히 랭커로 활약했다. UFC 미들급 최다 출전 공동 1위(24전), 최다승 2위(15승), 최장 경기 시간 2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통산 전적은 20승 9패로 특히 판정경기(13승)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전략수행능력과 경기 운영이 좋다는 증거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고조부가 하와이에 이민해 정착한 한인 노동자다. 2012년에는 박준용의 코리안탑팀(KTT) 선배 양동이(39)를 꺾은 바 있다. 이번에 승리하면 박준용은 다시금 랭킹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때문에 시합에 임하는 각오도 남다르다. 이를 입증하듯 "이번 경기는 미들급 최고 베테랑에 대한 도전이다.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패없는 박준용이 백전노장을 상대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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