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오른 22대 국회…유통규제法 '강대강 대치'
"논의 중 더욱 강한 규제 만들어질까" 고심
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유통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유통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야권과 노동조합은 조금 더 깐깐한 규제를 요구하며 대치하는 모습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오는 22일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강제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정이 담겼다. 현행 유통법은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이 월 2회 공휴일을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고, 이해 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평일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어, 새벽배송 등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올해 1월 대통령과 국무조정실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현재 공휴일로 지정된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일 규제를 폐지하고 새벽배송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대구시를 시작으로 충북 청주시, 서울 서초구·동대문구, 부산시 등이 조례와 지자체 고시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하면서, 서초구는 지난달 27일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SSM)의 영업제한 시간을 1시간으로 축소하는 행정예고를 했다. 이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막아왔던 규정을 전면 해제하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일요일 의무휴업'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야권 일부서도 호응하고 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당선자 총회에서 "마트 의무 휴업일을 축소, 폐지할 것이 아니라 다른 유통업계에도 확대하자"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안이 10여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유통법 개정안은 아직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유통업계는 e커머스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오프라인 매출은 0.2% 하락했지만 온라인은 22.2%나 증가해 2021년(22.6%) 이후 최대 성장세를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관련된 수많은 소시민이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며 "공정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되지 않고 내수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법안 논의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점주에게 노동조합과 같은 교섭권을 보장하는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 개정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법은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본회의 직회부안까지 밀어부쳤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야당은 재추진 의사가 강하다. 업계에서는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소규모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가맹점주 단체가 본사에 무리한 협의를 요청해도 이에 대응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업종별 브랜드 가맹점 수 분포 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가맹점이 10개 미만인 브랜드는 8988개로 전체(1만 2429개) 중 72.3%에 달한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주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면서 "22대 국회 법안 논의 과정서 더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e커머스 업계는 21대서 논의가 중단된 플랫폼법의 재논의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공정경쟁촉진법'은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감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모두 이 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플랫폼법의 윤곽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업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유보한다. 더불어민주당도 관련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2022년 정기국회 민생 입법 과제로 추진했지만, 업계 반발과 윤석열 정부서 자율규제를 추진하자 미룬 바 있다.
업계에서는 토종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이중 규제는 산업 자체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할수록 활동이 어려워지는 모순에 바질 수 있다"며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의 규모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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