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불안심리↑' 후순위 PF유동화증권 금리 고공행진
동부건설·HLD&I한라 지방사업장 후순위대출 주목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을 앞두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일부 건설 사업장의 후순위성 PF 유동화증권의 금리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정 사업장에 제공된 PF 대출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불안 심리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동부건설과 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HLD&I한라) 등의 건설사가 보증한 유동화증권 금리가 높게 형성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7일 단기자금시장에 따르면 특수목적법인(SPC) 에이치오디엄제일차, 네추럴에이트제이차, 엘티식스 등을 통해 발행된 PF 유동화증권이 최근 9~12%에 달하는 고금리로 유통됐다. PF 유동화증권은 PF 대출을 담보로 발행된 일종의 채권이다. 대출이 안정적으로 상환될 것으로 예상되면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반대로 상환 안정성이 불안해지면 금리가 높게 형성된다.
자금시장 관계자는 "PF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증권은 대부분 1~3개월 만기의 초단기 유가증권으로,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장기물에 비해 금리가 낮게 형성된다"면서 "단기물 금리가 10% 내외라는 것은 1년 만기로 환산한 실질 유통금리가 모두 10%대 중반 수준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PC인 에이치오디엄제일차는 두류야외음악당지역주택조합이 PF 사업 자금을 빌리기 위해 만든 SPC다. 이 조합은 대구 달서구 두류동 638-19번지 일대에 동부건설을 시공사로 공동주택(아파트)을 짓고 있다. 2021년 현대차투자증권 주관으로 PF대출을 받은 뒤, 이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동부건설이 PF대출에 보증 성격의 신용공여(자금보충 약정)를 제공했다.
네추럴에이트제이차는 시행법인 디오로디앤씨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복합주거시설을 짓기 위한 브리지론(착공 전 초기사업자금)을 빌리기 위해 설립한 SPC다. 디오로디앤씨는 지난해 12월 이 사업에 대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고, HLD&I한라를 시공사로 선정해 이달 중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HLD&I한라가 브리지론의 원리금 상환을 보증했다.
엘티식스는 안동지역주택조합이 경남 김해시 안동면 공동주택(김해 안동 한라비발디) 사업에 쓸 자금을 빌리기 위해 설립한 SPC다. HLD&I한라가 PF대출에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했다.
3개 SPC가 받은 PF대출은 모두 상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후순위 대출이다. 후순위 대출을 해 준 금융회사는 선순위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가 원리금을 모두 상환받고 난 이후에 남는 자금으로 원리금을 상환받는다. 이 때문에 PF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분양 실적이 저조할 경우 대출 원리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구 두류동과 김해 안동면 공동주택 사업은 모두 미분양 물량이 누적된 지방의 지역주택(지주택)사업으로 일반 분양물량이 많지 않다"면서도 "폭등한 공사비를 반영해 분담금을 올리거나 고가로 분양에 나설 경우 미분양이나 미입주가 늘면서 사업 자체가 부실화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사 신용도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 점도 PF 유동화증권 금리 고공 행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동부건설은 자체 사업인 대구 수성구 파동 공동주택 사업을 비롯해 여러 사업장에서 저조한 분양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재무상황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단기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한 계단 떨어졌다.
HLD&I한라는 최근 공사비 회수로 순차입금이 줄면서 재무구조 개선 추세를 보였다. 현재 단기 신용등급은 A3+로 매겨져 있다.
PF업계 관계자는 "고금리로 거래되는 PF 유동화증권은 유통시장에 나와 거래된 물량들로 거래되지 않은 PF 관련 유가증권 중에서도 부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있는 물량이 많다"면서 "금융당국의 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부실에 대한 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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