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과 옷핀이 시계가 되다?... 샤넬이 만든 새 시계의 독창성 [더 하이엔드]
샤넬이 올해 워치스앤원더스에서 수십 종의 새 시계를 발표했다. 일정 기간에만 선보이는 ‘꾸뛰르 어클락(Couture O’Clock)’ 캡슐 컬렉션은 패션 하우스로서의 창의성과 정통 시계 브랜드로서의 정교함, 하이 주얼러로서의 장인정신을 고루 확인할 수 있는 시계 라인업이다.
스테디셀러이자 하이테크 세라믹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J12의 여러 변주 모델, 투르비용·스켈레톤 등 상위 시계 라인, 무슈 드 샤넬로 대표되는 남성 시계는 정통 파인 워치 브랜드로서의 샤넬의 모습을 대변한다.
샤넬의 시계 제작은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 샤넬은 디자인을 생각한 후에 여기에 맞는 무브먼트를 개발한다. 샤넬 워치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과 시계 제작 장인의 긴밀한 관계가 절대적이란 얘기다. 연구 개발에 많은 시간과 공력이 들지만, 그 결과 다른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는 시계들이 나온다.
꾸뛰르 어클락 캡슐 컬렉션
샤넬의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머물며 작업하던 공방의 풍경, 재봉사가 사용하는 골무·가위·핀·줄자 같은 도구가 시계를 장식하는 디자인 요소가 된 컬렉션이다. 캡슐 컬렉션 형태로 일정 기간만 선보이기 때문에 소장가치가 있다.
꾸뛰르 어클락 캡슐 컬렉션은 20가지에 달하는 제품으로 구성됐다. 긴 목걸이 형태부터 커프, 반지, 시크릿 워치까지 다양하다. 샤넬의 주요 컬렉션인 J12 워치는 이번 캡슐 컬렉션에서도 다채롭게 바뀌었다.
샤넬은 ‘뮤지컬 클락 꾸뛰르 워크샵’이라 이름 붙은 한 점의 탁상시계를 올해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제품으로 꼽았다. 단 한 점만 만든 유니크 피스인 만큼 공개 후 바로 주인을 찾았다. 다이아몬드 장식 샹들리에, 천을 씌운 소파에서 영감을 얻은 퀼팅 패턴 받침대, 골드 장식이 모두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를 연상시킨다. 받침대 양쪽에 와인딩 홀이 각각 있다. 하나는 받침대 위 줄자 형태의 시간 조정, 다른 하나는 뮤직 박스의 동력 전달을 맡는데, 함께 제공하는 골드 열쇠를 꽂아 돌려 조정한다.
뮤직 박스를 작동시키면 음악이 흘러나오며 받침대가 돌아간다. 동시에 다섯 개의 마네킹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모습에서 회전목마가 절로 떠오른다. 세라믹으로 만든 마네킹은 금과 다이아몬드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돔 모양 유리를 씌운 이 탁상시계의 크기는 19.8 X 34.2㎝다.
‘J12 꾸뛰르 워크샵 오토마톤 칼리버 6 워치’는 공방에서 일하는 가브리엘 샤넬의 모습을 다이얼에 익살스럽게 표현한 시계다. 오토마톤 형태로, 8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다이얼 위 가브리엘 샤넬·가위·마네킹이 움직이는 재미도 담았다. 이를 위해 샤넬은 스위스에 자리 잡은 시계 매뉴팩처에서 355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새 무브먼트 칼리버 6을 개발했다.
J12의 고유 특징인 견고한 매트 블랙 세라믹을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소재로 사용했고, 총 3.34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베젤과 크라운에 장식했다. 앙증맞은 다이얼 디자인과 달리 시계를 뒤집으면 드러나는 무브먼트는 시계 공학 정수를 보여준다.
‘J12 화이트 스타 꾸뛰르 워치’는 바게트 컷으로 커팅한 화이트 세라믹을 다이얼과 베젤, 브레이슬릿에 빼곡하게 세팅한 시계다. 검은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검은색으로 코팅한 스틸로 만들었다. 독특한 디자인의 세라믹 워치 정도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시계는 주얼리 워치에 속한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옆면에 총 11캐럿이 넘는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215개를 세팅했기 때문. 시계를 뒤집으면 드러나는 칼리버 12.1의 로터 위에도 34개의 다이아몬드를 수놓았다. 샤넬의 디자인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으로 12개 한정 생산된다.
가브리엘 샤넬의 바느질 도구에서 영감 받아 디자인한 시계도 여러 점 나왔다. 그중 ‘보빈 커프 꾸뛰르’는 실을 감는 실패에서 모티브를 얻은 시계로, 17.51캐럿의 에메랄드 컷 옐로 사파이어를 들추면 다이아몬드로 세팅한 다이얼이 드러나는 시크릿 워치 형태로 제작됐다. 단 하나만 제작한 유니크 피스다.
‘세이프티 핀 롱 네크리스 꾸뛰르’는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옷핀 모양 옐로 골드 펜던트가 시계 역할을 한다. 다이얼 크기는 지름 11㎜이며 그 아래에 고정밀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파리 방돔 광장에서 영감을 얻은 팔각 형태 옐로 골드 케이스에 줄자를 프린트한 2줄의 가죽 스트랩을 단 시계도 있다. 시계 이름은 ‘프리미에르 루반 꾸뛰르 워치’로 케이스에 샤넬 여사의 피겨를 참 장식으로 달았다.
J12 X-RAY 핑크 에디션
2020년 처음 공개된 J12 X-RAY는 샤넬 컬렉션 최초로 케이스, 무브먼트 일체형 다이얼, 브레이슬릿까지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만든 시계다. J12 시계 특유의 날렵함과 무브먼트의 정교함이 조화를 이룬 제품으로 발표 당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올해엔 핑크빛이 감도는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사용하고 핑크 에디션이란 부제를 달았다.
베젤과 인덱스에 바게트 컷 핑크 사파이어도 세팅했고, 시곗바늘과 크라운, 폴딩 버클 등 금속이 필요한 부분에는 샤넬이 독자 개발한 베이지 골드를 사용해 화려한 감성을 이어갔다. 이번 핑크 에디션에는 핑크 사파이어를 세팅한 화이트 세라믹 소재 J12와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탑재한 2점의 보이·프렌드 워치도 포함됐다.
무슈 드 샤넬 슈퍼레제라 인텐스 블랙 에디션
무슈 드 샤넬은 샤넬을 대표하는 남성용 컴플리케이션 워치다. 점핑 아워와 레트로그레이드 미니트 기능이 특징이다. 점핑 아워는 숫자를 새긴 디스크가 회전하며 ‘시’를 알리는 기능, 레트로그레이드 미니트는 60분을 향해 가던 분침이 매시 정각이 되는 순간 0으로 되돌아가는 기능을 말한다. 참고로 사진의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2시 16분 8초.
샤넬은 무슈 드 샤넬을 2016년에 처음 공개했다. 이후 변주 모델을 추가로 선보이며 남성 고객을 끌어들인다. 올해엔 시계 전체를 블랙 컬러로 만든 슈퍼레제라 인텐스 블랙 에디션을 공개했다. 레이싱 차량의 날렵함과 강인함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으로 가볍고 내구성이 좋은 매트 블랙 세라믹을 케이스 소재로 썼다. 케이스 지름은 42㎜, 파워리저브는 최대 72시간이다.
J12 다이아몬드 투르비용 칼리버 5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장치인 투르비용 케이지 위에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얹은 시계다. 세팅된 다이아몬드는 무브먼트의 메커니즘에 맞춰 1분에 1회전 하는데, 그 모습이 압권이다.
칼리버 5라 이름 붙은 무브먼트는 지난 2022년 처음 공개됐으며 샤넬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제작한 첫 번째 투르비용 무브먼트다. 이 칼리버를 탑재한 J12 케이스의 소재는 매트 블랙 세라믹이다. 사이즈는 지름 38㎜이고 50m까지 방수가 가능하다.
J12 칼리버 12.1
옐로 골드와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함께 사용한 J12 컬렉션 최초의 모델이다. 베젤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50개를 세팅했고, 다이얼 위 인덱스에도 다이아몬드 12개를 세팅했다. 매끈한 블랙 또는 화이트 세라믹 케이스와 함께 손목 위에 포인트를 주기 좋은 데일리 워치다.
시계의 심장으로는 샤넬이 직접 개발한 셀프 와인딩 방식의 칼리버 12.1을 사용했다. 스위스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무브먼트로 파워리저브는 70시간이다. 백케이스로 시계 속을 드러내 기계식 시계의 미학을 즐기기 좋은 제품이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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