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정책]"AI가 세금 상담해드려요"…동시에 1250명 전화응대

세종=주상돈 2024. 6. 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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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정부기관 첫 AI상담 서비스 제공
통화성공률, 26%→ 98% 대폭 높아져
종소세 상담전화, 지난해 5월 212만→145만건…반복 시도 줄어든 영향

"국세상담센터입니다.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입니다. 신속한 상담을 위해 인공지능(AI) 상담사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종합소득세 신고·납부 기간인 지난달 국세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 연결을 시도하자 이 같은 전화자동응답시스템(ARS) 안내 멘트가 나왔다. 국세청이 정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운영한 AI 상담이다.

최영호 국세청 빅데이터센터장은 "지난해 5월 한 달간 212만건 등 매년 5월이면 국세상담센터 전화기에 불이 나지만 상담원은 250명에 불과해 4명 중 1명만 통화를 할 수 있었다"며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장시간 기다려야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보니 납세자들의 불만이 컸는데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AI를 활용한 상담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영호 국세청 빅데이터센터장이 AI 상담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7일 국세청에 따르면 AI 상담 서비스를 도입한 올해 5월 종소세 상담을 위한 통화 성공률은 98%에 달했다. 지난해 5월에는 26%에 불과했다. 통화 성공률이 대폭 높아진 것은 AI 상담사가 동시에 1000명을 응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사 1000명을 증원하려면 최소 80억원이 필요하지만, AI 기술을 통해 5% 수준인 약 4억원으로 예산을 대폭 절감했다.

전체 상담 141만건 중 74%를 AI가 담당했다. 과거처럼 상담을 위해 여러 번 전화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국세상담센터로 종소세 상담을 위해 전화를 거는 건수는 145만건으로, 지난해 5월(212만건)보다 67만건(32%) 줄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일상화 전략' 시범사업을 통해 생성형 AI를 이용한 상담 서비스를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약 3년 후 시행을 목표로 한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김창기 국세청장의 "보다 신속하게 정확한 AI 상담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문에 따라 올해 초부터 시나리오 기반 AI 상담 서비스를 추진하게 됐다.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한 AI 상담은 시나리오 기반의 대화형 AI 방식이다. 보다 정확한 상담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재석 빅데이터센터 기술지원팀장은 "생성형 AI는 폭넓고 유연한 답변이 가능하지만 오답변 시 원인을 바로 추적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며 "시나리오 기반의 대화형 AI는 질의응답 형식의 정제된 자료로 학습해 정확성이 높기 때문에 대화형 AI 방식을 우선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AI 상담서비스를 준비한 윤소영 국세청 빅데이터총괄팀장(왼쪽)과 김재석 기술지원팀장.

빅데이터센터는 AI 상담 시 필요한 질문을 추리기 위해 과거 상담사례를 전수조사했다. 김 팀장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종소세 신고방법, 종합소득세 신고방법, 소득신고방법 등 같은 질문을 묶어 3000개의 주요 문항을 선정하고 질문에 맞는 답변을 연결했다"며 "AI가 답을 찾지 못하는 질문은 전문상담사와 빅데이터센터 직원, 홈택스 자문단 등이 수작업으로 질문과 답을 연결 짓는 재학습 과정을 통해 정확도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국세청은 실제 AI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오답변 여부를 파악했다.

국세청은 AI 상담을 국세상담센터뿐만 아니라 본청과 세무서 등과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목으로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윤소영 빅데이터총괄팀장은 "일선 세무서에도 AI 상담을 도입하면 상담률이 높아지고 직원들은 보다 복잡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 상담을 대상을 종소세에 추가로 부가세와 연말정산 등으로 늘리고, 세무서나 본청에 직접 전화하는 납세자들을 위한 AI 상담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국세청은 AI 상담이 납세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신고 안내와 모바일 전자신고, 전자납부 등 국세행정의 대부분의 분야에 디지털화가 이뤄졌는데 이 사각지대가 전화상담 분야였다"며 "AI 상담을 시작으로 국세청은 올해부터 2년간 300억원을 투입해 홈택스 고도화 사업을 추진하는 등 납세 서비스 접근성과 편의성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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