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칼럼]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을까?
좋아하던 배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을까? 아니면 친한 친구가 갑자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였을까? 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 크고 험한 세상에 나 혼자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을까? 시간과 상황은 다르겠지만, 우리 모두 어느 순간 머리가 번쩍이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바로 모든 인간은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큰 충격적인 발견을 한다. 나 역시 인간이기에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어차피 결국 죽음으로 끝난다면, 지금 이 순간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않을까? 알면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우리는 3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겠다. 우선 인간이 근본적으로 왜 죽어야 하는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여전히 살려고 버둥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음을 영원히 극복할 수는 없을까?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죽음은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우선 첫 번째 질문부터 고민해 보자. 왜 인간은 죽어야 할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모든 기계는 오래 사용하면 고장 난다. 비슷하게 인간의 몸 역시 수십 년 사용하면 망가지고 완전히 멈추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사실 그렇게 당연한 일은 아니다. 기계와는 달리 생명체들은 재생과 회복 능력 역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손톱은 자르면 다시 자라고, 도마뱀의 꼬리도 다시 자란다.
그렇다면 바꿔서 질문해보자. 왜 충분히 고치고 재생할 수도 있을 몸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망가져 가는 걸까? 자연은 노화와 죽음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진화 과정의 핵심은 최대한 많은 유전자를 후세대에 넘기는 일이다. 덕분에 유전자는 어린 시절 잘 크고 생존할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다.
반대로 이미 번식했을 나이의 성인과 노인의 건강과 생존에는 더 이상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어린 시절에 도움이 되던 유전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신체에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굳이 해결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누적된 문제들이 노화와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과학자들은 가설한다. 결국 우리가 죽어야 하는 이유가 번식할 때까지 만이라도 건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라면, 죽음은 젊음에 대한 대가라는 역설적인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우리는 여전히 미래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걸까? 바로 '나만은 죽지 않는다'는 엄청난 인지적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은 죽기에, 분명히 나도 죽을 텐데, 대부분 인생을 우리는 죽음이란 타인에게만 적용되는 문제라는 착각을 유지하며 산다.
사회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한 착각일 수도 있다. 나도 결국 죽는다는 걸 항상 인식한다면 그 누구도 자신이 더 이상 없을 미래를 위해 희생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개인이 죽음을 잊고 외면해야만 공동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질문해 보자. 냉장고, 에어컨, 자동차, 우주선, 인공지능(AI). 과거 인류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술을 가지게 된 우리. 그렇다면 고도로 발달한 기술을 기반으로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실제로 실리콘밸리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파운더들은 죽음을 기술이 풀어야 할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하며, 죽은 후 몸을 냉동해 먼 미래에 다시 깨어나거나, 뇌 정보를 업로드해 자신의 정신만이라도 영원히 살기를 꿈꾸고 있다.
기술의 가장 큰 과제, 죽음물론 언젠가 먼 미래에 망가진 유전자를 다시 고치고, 노화된 세포들을 다시 회춘시키는 기술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마치 고대 그리스인들도 휴대전화를 만들어 쓰는 게 본질적으로 가능했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수천 년의 기술발전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것처럼, 말 그대로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제프리 힌트 토론토대 교수는 최근 이런 말을 했다. 영원한 삶을 꿈꾸던 인간이 드디어 영생의 비밀을 찾아냈는지도 모른다고. 무한 데이터 백업과 업그레이드를 통해 미래 인공지능은 영원히 존재할 수도 있다고. 결국 영생의 비법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그 방법은 인간이 아닌 기계, 내가 아닌 나를 닮은 인공지능만 쓸 수 있는 방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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