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변화와 혁신의 31년, 삼성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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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이다.
삼성전자는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 과거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되새기며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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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회장 메시지 여전히 유효
이재용 회장 美출장 행보 주목
6월 7일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우리는 영원히 변해야 한다. 안 변하면 일류로 살아남지 못한다", "변하지 않으면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위기 상황을 적극 인식하고,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삼성전자가 지금 처한 상황은 1993년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 반도체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지난달 29일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처음으로 대규모 연차 투쟁에 돌입했다. 안팎으로 위기 상황이 겹쳐 있는 지금, 삼성전자는 다시 한번 변화를 통한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이재용 회장이 신경영 선언 31주년을 맞은 시기에 미국 출장길에 나선 것도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이 회장은 2주간 뉴욕과 워싱턴DC 등 미국 동부부터 서부 실리콘밸리까지 산업계 주요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한다. 분 단위로 쪼갠 빽빽한 미팅 일정이 30여 건 넘게 잡혔다.
이 회장은 출장 첫 일정으로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인 한스 베스트베리와 회동한 후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지금 자리에 만족하고 머무른다면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는 이 회장의 행보는 직접 신사업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미국 기업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 물꼬를 트는 것은 이 회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경영 위기 상황 때마다 자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에도 20일 넘는 미국 출장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팀 쿡 애플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빅테크 거물들과 회동했다. 또한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CEO, 지오반니 카포리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CEO 등 바이오 업계 인사들도 만났다.
미국은 AI, 반도체 설계, 바이오 등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 이들과 협력하지 못하면 자칫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출장 이후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성능 AI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퀄컴, AMD 등 대형 고객사들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미국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분야에서 단연 세계 1위다.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삼성 파운드리가 대만 TSMC에 대적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 과거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되새기며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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