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배준호 보셨죠? 7-0은 어떠세요? 차기 감독 위한 종합선물세트
[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 대표팀이 풍족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6일(한국시간)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5차전을 치른 한국이 싱가포르를 7-0으로 대파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한국은 최종전을 앞두고 2위 중국과 승점 차를 5점으로 벌려 조 1위와 3차 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다음 라운드 진출 외에도 얻은 게 많은 경기였다. 우선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만한 승리를 챙겼다. 한국은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 탈락 이후 분위기가 확 꺾인 상태였다. 우승을 노렸던 대회에서 탈락한 데다 대회 중 핵심 선수들 간 다툼이 있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지만 새 감독 선임 작업이 지연되면서 좀처럼 그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었던 황선홍 감독에게 예선 한 달 전 임시 지휘봉을 맡긴 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다.
한 번 더 임시 감독 체제를 진행하며 의구심만 커졌는데 오랜만에 압도적인 승리를 기록하며 다시 사기를 끌어올렸다. 싱가포르(155)는 한국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2계단 아래로 전력 차가 많이 나는 상대이긴 하지만, 그동안 전력 차만큼 시원스러운 경기력과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걸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한국이 7골 이상 격차로 승리를 거둔 건 2019년 10월 스리랑카전 8-0 승리 이후 약 5년 만이다.
대표팀에서 주민규의 위력을 확인한 것도 성과다. 주민규는 오랜 기간 K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꼽혔으나 번번이 대표팀과는 연을 맺지 못하다 지난 3월 소집에서야 처음 승선했다. A매치 첫 출전 당시 최고령 데뷔 기록(만 33세 343일)을 세울 정도로 나이가 있어 빠르게 활용도를 점검하지 못하면 전력화가 어려울 거란 우려가 있었다.
김도훈 체제에서 재차 기회를 얻은 주민규는 A매치 3번째 경기에서 날아올랐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이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대표팀 2선 핵심 멤버 손흥민, 이강인과 훌륭한 호흡을 선보이며 두 선수에게 도움 3개를 전달했다. 장기인 득점력도 발휘했다. 김진수의 크로스를 정확히 머리에 맞춰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주민규와 함께 배준호도 A매치 첫 골을 신고했다. 2003년생 2선 공격수 배준호는 연령별 대표팀과 대전하나시티즌을 거치며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은 자원이다. 유럽 진출 첫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스토크시티 주전을 꿰차 기대감이 더 커졌는데, 처음 A매치에 출전한지 9분 만에 데뷔골을 터뜨리며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배준호 외에도 4명이 A매치에 데뷔했다. 기존 주전 수비수 김민재, 설영우가 이탈하면서 K리그1에서 준수한 활약을 이어온 황재원이 선발로 데뷔전을 치렀고, 박승욱이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역시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조규성 자리에는 일본 J1리그에서 컨디션이 좋았던 오세훈이 출전했다. A매치 데뷔 선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역시 처음 대표팀에 뽑힌 수비수 하창래, 최준, 골키퍼 황인재가 중국전 출격을 대기한다.
차기 감독에게 훌륭한 선물이 될 경기다. 대한축구협회(KFA)는 클린스만 감독의 뒤를 이을 새 사령탑을 물색 중이다. 한 차례 미뤄졌지만 올여름 내로는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다. 중국전까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새 감독은 클린스만 체제에서 정체됐던 분위기와 선수 풀이 개선된 상태로 9월 A매치를 준비할 수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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