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리스크 관리'...은행 '대기업 대출' 10%넘겼다

임철영 2024. 6. 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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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9%' 넘긴 이후 8개월만에 10% 웃돌아
올 들어 대기업 대출 잔액 18조 증가…중기 대출보다 많아
대기업, 고금리 장기화로 회사채보다 '은행 대출' 선호
금융당국 건전성 압박,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 경쟁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원화 대출 비중이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면서 금융권 전반에 각종 건전성 문제가 대두했고, 이에 금융당국이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를 강조함에 따라 대기업 대상 영업을 지속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기업 또한 불안한 회사채 대신 금리 5%를 밑돌기 시작한 은행 대출을 선호하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5월 말 기준 전체 원화대출금 대비 대기업 대출 비중이 10.1%를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비중은 지난해 4월 '8%' 수준이었다가, 9월 '9%'를 넘어선 이후 8개월 만에 10%를 웃돌기 시작했다.

반면 이들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제한적으로 실행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낮췄다. 5대 은행의 전체 원화대출금 대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올해 5월 말 42.5%로 지난해 말 42.6%에서 약 0.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도 21.6%에서 21.2%로 약 0.4%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5월 대비해서는 각각 0.2%포인트, 0.9%포인트 줄었다.

대기업 대출 쏠림 추세는 전체 대출액 추이로도 확인된다.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중소기업 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 규모는 40조6227억원으로 이 중 대기업 대출 증가 규모는 18조381억원,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17조9711억원으로 대기업 대출이 더 큰 폭으로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4조4135억원에 불과했다. 기업 대출 항목별 잔액은 중소기업 대출(648조8566억원), 개인사업자 대출(324조1071억원), 대기업 대출(154조4665억원) 순이지만 5대 은행 모두 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시중은행이 대기업 대출에 힘을 싣고 있는 이유는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보다 은행 대출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도 금융당국의 연체율 관리와 건전성 강화 측면에서 반기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일반회사채 신규발행액은 4조3270억원으로 만기도래금액 6조9360억원을 하회했다. 이에 지난해 12월부터 지속된 일반회사채 순발행 기조는 순상환으로 전환했다. 5월 회사채 발생 규모는 더욱 축소됐을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금리가 유리하지 않아 기업들이 은행의 기업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고, 특히 대기업의 자금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면서 "시중은행들이 올해 들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영업을 강화하면서 전반적으로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대출 대비 증가 폭이 가파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 가계대출 증가 폭을 제한하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맞추면서 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대출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7월부터는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한도가 정상화되는 만큼 대안도 필요한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은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건전성을 높이는 데 불리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61%로 전분기 0.59%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 부실채권 비율이 0.64%에서 0.69%, 중소법인 부실채권 비율이 0.85%에서 0.89%, 개인사업자 부실채권 비율이 0.34에서 0.41%로 모두 상승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도 꾸준히 낮추고 있다.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대기업 대출금리(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팀)는 지난 1월 5.16%, 2월 5.11%, 3월 5.01%를 기록했고 4월에는 5%를 밑돈 4.97%로 하락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이미 지난 2월부터 4% 후반으로 떨어진 이후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 영업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맞다"라면서 "하반기부터 보다 예민하게 가계대출 증가 폭을 조절해야 하는 만큼 개인사업자보다 중소기업,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대출 영업을 위한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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