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슈거에 이어… 사람들이 ‘디카페인’을 찾는 이유 [푸드 트렌드]

이슬비 기자 2024. 6.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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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는 연간 1인당 405잔의 커피를 소비하는 '커피 공화국'이다. 전 세계 평균 커피 소비량은 152잔으로, 우리나라보다 절반 이하다. 최근에는 국내 커피 소비자들이 색다른 커피를 찾고 있다.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을 뺀 디카페인 커피 수요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카페인' 뺀 커피, 수요 계속 늘어
디카페인 커피 시장의 포문을 연 곳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7년, 비용 300원을 추가하면 디카페인 커피로 바꿀 수 있도록 옵션을 확대했다. 그 수요가 점차 증가해, 지난 4월에 디카페인 커피 누적 판매량 1억 잔을 돌파했다. 시장 가능성이 확인되자 곧바로 다른 커피 브랜드들도 디카페인 메뉴를 출시했다. 현재 이디야커피, 투썸플레이스, 메가커피, 빽다방, SPC던킨 등이 디카페인 메뉴를 제공 중이다.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이디야커피에서는 지난해 디카페인 에스프레소 판매량이 월평균 10% 증가했다. 이에, 모든 커피 음료에서 디카페인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SPC던킨은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매장에서의 전체 커피 메뉴 판매량 중 디카페인 커피가 약 12%를 차지해, 올해부터 디카페인 음료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디카페인 생두·원두 수입량도 증가했다. 2018년에는 약 1725t이었는데, 5년 만에 6521톤으로 3.8배가량 급증했다(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커피 프랜차이즈를 넘어 식품 산업으로까지 디카페인 시장이 확장됐다. 지난해 7월 코카콜라는 설탕을 뺀 제로 콜라에서, 카페인까지 없앤 '코카콜라 제로제로'를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 펩시도 지난 3월 카페인을 제거한 '펩시 제로슈거 제로 카페인'을 선보였다. 남양은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제품에서 디카페인 라인을 내놨고, 동아제약은 피로해소제 박카스에서 카페인을 뺀 제품을 출시했다. 차 음료 시장에서도 디카페인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났다. 롯데칠성음료는 홍차 음료인 '실론티'에서 카페인을 제거했고, 티젠은 '홍차 디카페인 아이스티 수박'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음료 시장에서 제로 슈거 다음으로 디카페인 열풍이 거세다"며 "일본에서는 디카페인 시장이 3조에 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디카페인 비중이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맛있고 건강하게 즐기는 '헬시 플레저' 영향
왜 갑자기 디카페인 커피 수요가 증가한 걸까? 최근 식품 트렌드인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에서 찾을 수 있다. 헬시 플레저는 건강과 즐거움을 조합한 신조어로, 이왕이면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뜻이다. 카페인은 사람마다 대사할 수 있는 양이 다른데, 본인이 마실 수 있는 양보다 과다 섭취하면 수면장애, 불안감, 심장 두근거림 등 부작용이 생긴다. 헬시 플레저 영향으로 오후에도 카페인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증가하면서, 디카페인 시장이 커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하는 젊은 층에서 카페인 함량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다"고 했다. 실제로 스타벅스 조사 결과, 오후 2시 이후에는 일반 아메리카노(35%)보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51%) 판매량이 더 많다. 디카페인 커피를 주로 마시는 직장인 A씨(28)는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갑자기 커피 부작용이 심해져 오후에는 마시는 것을 피해야만 했다"며 "디카페인 옵션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시간과 상관없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했다.

한편, 카페인 민감도는 주로 선천적으로 정해진다.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유문영 교수는 "95% 간에서 대사되는 카페인은 대사 속도가 유전자로 결정되는데,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활성도가 낮아 카페인 부작용이 잘 생긴다"며 "갑자기 카페인 부작용이 생겼다면 논문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잠 부족, 노화 등으로 대사 활동이 떨어진 게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디카페인이어도 카페인 소량 들어 있어
디카페인 커피여도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카페인이 소량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카페인 함량을 90% 이상만 제거하면 '디카페인(탈카페인)'으로 표기한다(식약처). 국제적으로는 97%가 제거돼야 디카페인으로 인정된다. 카페인 부작용이 심한 사람이라면 제품마다 카페인 함량을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또 디카페인 커피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디카페인 커피로 주로 사용되는 품종인 로부스타는 다른 품종보다 체내 지방산을 더 많이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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