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중 명품, 에르메스가 올해 내놓은 새 시계 미학 [더 하이엔드]
에르메스가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앤원더스 시계 박람회에서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 '에르메스 컷'을 비롯한 새 시계를 발표했다.
에르메스 컷은 얼핏 보면 동그랗지만 완벽한 원형이 아닌 케이스가 시선을 모으는 모델로, 에르메스 측은 ‘원(circle)과 둥근(round) 형태 사이 어딘가’로 형태를 정의했다. 과연 에르메스다운 발상이다. 이 시계는 에르메스가 자체 개발하고 제작한 기계식 오토매틱 무브먼트 H1912를 탑재한 첫번째 여성용 컬렉션이다. 하지만 ‘아쏘’ ‘케이프 코드’ ‘H-아워’처럼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에르메스 시계 부문 최고 경영자 로랑도르데 역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계”임을 강조한다.
에르메스의 파인 워치 메이킹 공력을 한껏 드러낸 제품도 여럿 내놨다. 기술력이 절대적인 분야인데 창의성까지 더했다. 대표작은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다축 투르비용과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미니트 리피터 기능을 함께 넣은 ‘아쏘 뒥 아뜰레’다. ‘아쏘 코러스 스텔라룸’의 다이얼로는 장인의 정교한 ‘손맛’을 경험할 수 있다.
에르메스 컷
‘간결한 형태일 것’ ‘매일 착용할 수 있을 것’ ‘창의적인 가운데 직관적 터치를 가할 것’. 에르메스 컷을 만들며 연구개발팀이 떠올린 새 시계의 조건이다. 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는 과감한 커팅이 돋보이는 지름 36㎜ 케이스를 완성한다. 시곗바늘이 회전하는 공간인 다이얼은 원이지만 다이얼을 에워싼 케이스는 여러 면으로 깎여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새틴 브러싱과 미러 폴리싱 가공을 번갈아 해 더욱 입체적이다.
시간을 맞추거나 동력을 주기 위해 돌리는 크라운 위치도 특별하다. 보통 3시 방향에 두는 걸 1시 30분 방향으로 옮겼다. 원형에 가까운 케이스 디자인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위치를 옮긴 덕에 손목에 닿지 않아 착용감도 개선됐다. 다이얼과 숫자 인덱스엔 슈퍼 루미노바 야광 물질을 입혔다. 끝을 둥글린 숫자 인덱스는 타이포그래피를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 DNA 코드다.
케이스는 스틸, 스틸과 로즈 골드를 함께 사용한 콤비 버전으로 선보인다. 56개 브릴리언트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도 나왔다. 취향에 따라 메탈 브레이슬릿과 8가지 컬러 고무 스트랩 중 고를 수 있다.
아쏘 뒥 아뜰레
축 3개에서 밸런스 스프링이 회전하며 중력의 영향을 줄여나가는 투르비용을 제조할 수 있는 브랜드는 극소수다. 소리로 현재 시각을 알려주는 미니트 리피터 기능까지 얹었다. 에르메스의 시계 제작 기술력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제품이다.
축이 3개인 만큼 투르비용의 가장 바깥쪽 케이지는 5분, 가운데는 1분, 가장 안쪽은 25초에 1회전 한다. 각각 다른 속도로 회전하는 케이지의 모습은 시계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다. 투르비용의 부품은 총 99개다. 케이지를 티타늄으로 만들어 전체 무게가 0.449g에 불과하다. 회전이 원활할 수밖에 없다.
투르비용 가장자리엔 숫자 인덱스를 새긴 챕터링이 있다. 투르비용을 가운데에 두었기 때문에 시곗바늘은 갈고리 형태의 포인터가 대신한다. 한편, 소리를 내는 부품인 해머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말의 머리를 닮았다. 슬라이드 레버를 작동시키면 해머는 즉시 무브먼트 가장자리를 에워싼 부품 공(gong)을 때린다.
에르메스는 수동 방식의 무브먼트 H1926을 개발했다. 백케이스로 보이는 부품은 마차의 바퀴를 연상시킨다. 에르메스 로고에서도 볼 수 있는 마차 뒥 아뜰레에서 영감 받아 디자인했다. 티타늄 또는 로즈 골드로 만든 케이스 지름은 43㎜다. 투르비용 케이지의 회전을 감상할 수 있도록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돔 형태로 만들었다.
아쏘 코러스 스텔라룸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의 프린트를 동전 크기만 한 다이얼로 옮겨왔다. 마이크로 조각 기법의 정수를 보여준다.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노무라 다이스케의 작품을 해석한 것으로, 해골 기수가 해골 말을 타는 모습을 몽환적으로 표현했다. 옐로 골드를 하나하나 조각한 후 색을 입혀 다이얼에 붙였다. 다이얼은 스케치만 남기고 파낸 금속판에 에나멜을 채우는 샹르베 에나멜링으로 완성했다.
이 시계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9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말 모티브의 다리가 움직이며 경주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모바일 아트’가 다이얼 위에서 펼쳐진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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