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노화와 죽음을 들여다 보다
벤키 라마크리슈난 지음, 강병철 옮김
김영사, 432쪽, 2만2000원
인간은 대체로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누군가 죽었을 때 “돌아가셨다” “떠났다”라고 하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죽음을 완전한 끝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전환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은 인간의 오래된 욕망이다.
인간의 기대 수명(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은 현재 80세 전후로 최근 100년 사이 배로 늘었다. 고령자 인구가 늘면서 인간은 노화의 원인을 밝히고 그를 토대로 최대한 오래 건강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분자생물학자로 200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저자는 머리말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한다. “노화 연구가 폭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생명에 대한 이해에 몇 가지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나는 이 사실에 매혹됐지만 동시에 엄청난 허위 광고가 판치며 진정한 과학과는 거의 무관한 치료법이 널리 마케팅되는 세태에 점점 불안을 느낀다. 지금이야말로 나처럼 분자생물학 분야에 몸담고 있으면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나서서 현재 우리가 노화와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할 시점이다.”
저자는 우선 노화와 죽음을 설명한다. 죽음은 노화의 결과다. 노화는 간단히 설명하면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를 구성하는 분자와 세포에 화학적 손상이 축적되는 현상이다. 몸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에 차츰차츰 작은 결함이 생기다 그 결함이 상당히 커지면 노년의 질병이 나타나고 결국 시스템 전체가 기능을 멈추면 죽음을 맞는다.
다음은 수명이다. 보통 포유동물은 몸이 클수록 수명도 길다는 이론을 소개한다. 몸의 크기와 수명이 비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동물이 생명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먹이라는 형태의 연료를 태우는 속도, 즉 대사율과 관련이 있다. 몸무게가 가벼운 동물은 무거운 동물보다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하기 때문에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심박수도 대사율과 관련이 있다. 햄스터에서 고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유동물이 있지만 거의 모든 동물의 평생 심박수는 약 15억회로 거의 같다. 인간의 심박수는 이보다는 길지만 기대수명이 늘어난 결과다. 결국 평생의 심박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수명에 자연적인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최대 수명은 120세 정도라는 게 일반적이다.
저자는 유전자에서 단백질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일어나는 노화의 생물학적 작동원리를 설명하면서 노화와 죽음에 중요한 발견과 이론을 설명한다.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적절한 비유를 통해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책의 장점이다. 예를 들면 세포 속 수많은 구성요소가 맡은 바 일을 제대로 하는지 감독하는 지휘 통제센터 역할을 하는 것이 유전자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또한 소개된 연구자들의 일화와 저자 자신의 개인적 평가도 곁들였다. 특히 ‘미치광이일까, 선지자일까’라는 제목의 11장에서는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항노화 시도들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가한다.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치료법이 나올 때까지 냉동했다가 되살린다는 ‘인체냉동보존술’에 대해서는 “살아 있을 때와 다름없는 상태로 해동한다는 것에 대해 눈곱만한 가능성이라도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면서도 노화 과학에 대해 “환멸과 불만의 겨울이 지나고 나면 결국 중요한 진보를 이룰 것”이라며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난 세계가 도래하기 전에 고려해야 점들을 짚는다. 수명 연장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 인구 과잉, 그에 따른 은퇴연령의 연장, 세대 간 공정함 문제 등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하지만 저자는 “수명 연장을 추구하는 것은 신기루를 좇는 것 같다”면서 삶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고 결론 짓는다. 유한성은 “지상에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보람있게 보내겠다는 욕망과 자기 격려를 제공한다”는 이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물학의 발전으로 검증된 건강과 장수의 비결을 제시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적당히 운동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요소는 아직까지 시장에 나와 있는 어떤 항노화제보다 효과가 좋고, 돈 한 푼 들지 않으며, 부작용도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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